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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대치동' '청담동'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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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정 건설부동산부 기자) 내년부터 도로명 주소가 전면 시행되면서 부동산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OO동 △△번지’가 ‘□□로 XX’로 바뀌면서 ‘청담동’ ‘대치동’ ‘도곡동’ 등 이른바 고가 아파트 동네의 ‘이름 프리미엄’이 사라지는 게 가장 눈길을 끕니다.

이들 동네 이름은 외환위기 이후 집값이 폭등하면서 은연중에 부자동네라는 이미지가 형성됐지요. 자동차 표지판 숫자로 행정구역(동)이 드러나던 시절, 일부 과시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강남구청을 굳이 찾아가 자동차를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도로명 주소를 쓰게 되면 아무래도 ‘블록’ 형태의 공간 개념이 긴 ‘라인’(도로)을 따라 형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당장은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겠지요.

예컨데 선릉로는 압구정동 갤리리아백화점부터 강남구청역, 선릉역, 한티역, 구룡마을 입구까지 이어지는데요. 현행 행정동으로 보면 압구정·신사·청담·논현·역삼·대치·도곡·개포동을 고루 거칩니다. 청담동에 있는 ‘디자이너스 클럽’(선릉로 818), 삼성동의 ‘언주중학교’(선릉로116길 57), 개포동의 ‘개포중학교’(선릉로 9)는 모두 선릉로라는 도로명을 쓰게 됩니다.

빌딩전문 컨설팅업체인 원빌딩의 신동성 팀장은 “고객들이 도로명 주소만 봐서는 대략적인 빌딩 위치를 짐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도를 놓고 찾아봐야 한다”며 “특정 동네가 주는 무형의 프리미엄은 점점 옅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래도 신 팀장은 “도로명 주소가 정착되면 토지시세의 기준점이 ‘도로명’이 될 날도 올 수 있다”고 전망하네요.

박상언 유엘알 컨설팅 대표는 “지하철 출입구나 대학가 중심의 실질적인 상권을 보고 투자하는 상가나 오피스빌딩보다 아파트와 같은 주거시설이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한 대형 건설사 마케팅 담당자도 “아파트나 주상복합은 이름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분양성적이나 이미지가 확 달라진다”며 “도로명 주소 체계가 도입되더라도 아파트 명칭에선 오히려 ‘대치OO아파트’ 식의 이름이 더 강조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잠깐.

도로명 주소에 얽힌 재미난 사례들도 나올 것 같습니다. 신 팀장은 “‘봉은사로’에 있는 성당이나 교회는 절 이름인 ‘봉은사’가 들어간 주소명을 써야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하네요. (끝)

오늘의 신문 - 2025.02.0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