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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 리메이크가 할리우드에서 실패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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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연 국제부 기자) 지난달 말 북미 전역에서 개봉된 '올드보이'의 리메이크가 혹평 세례를 받고 있습니다. 원작을 넘지 못했고 어떤 새로운 면도 볼 수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올드보이 뿐이 아닙니다. 이정재와 전지현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다룬 '시월애'와 '엽기적인 그녀', '거울 속으로' 등의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된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만 대부분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할리우드가 왜 한국 영화를 따라잡지 못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는 독창적인 살인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제일 먼저 꼽았습니다. 미국에서 무기는 단순한 총알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한국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한 다양한 도구가 나오기 때문이죠. 낚시도구에서 골프채, 덤벨, 맨손까지 다양하고 가까운 곳에서만 공격 가능한 무기는 보다 본능적이고 직접적인 격투 장면을 가능하게 한다는 설명입니다. 그만큼 긴박감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겠죠.

두번째는 비정상적인 스토리 라인입니다. 가디언은 한국 영화에는 기발한 생각과 아주 무서운 스토리가 나온다며 이 원인을 북한에서 찾았습니다. 핵전쟁의 위협이 가장 높은 북한과 등을 맞대고 살고 있는 한국인만의 고유한 경험으로 캐나다와 국경을 맞댄 평화로운 미국인들은 알지 못하는 아주 독특한 스토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겁니다.

세번째는 스릴러, 액션, 공포, 코미디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영화를 만든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동물에 대한 독특한 시각도 한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올드보이에서 산낙지를 먹는 최민식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던 모양입니다. 동물을 학대하는 영상을 보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음식 이상의 하나의 역할을 준 것이 독특하다고 가디언은 설명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 영화 전반에 흐르고 있는 한국 고유의 정서를 담아내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가디언은 “많은 한국 영화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고 있지만 그 수준이 원작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결론이나 내용이 이상하게 흐르는 경우가 많다”며 “마치 김치에서 양배추 절임을 만드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 yykang@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