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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들이 연예인 사건 맡기 싫어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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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소람 지식사회부 기자) “연예인 사건은 절대 밖에 나가지 않도록 다들 입단속 똑바로 해.”

최근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소속 부서의 평검사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경고했다고 합니다. “딴 데서 또 흘러 나오면 그때는 가만 안 있을 것”이라는 엄포도 덧붙였다는데요. 발표만 되면 어느 사건보다 스포트 라이트를 받고 여러 언론의 주목을 받는 연예인 사건인데, 왜 이렇게까지 말했을까요?

의외로 요즘 부장검사들은 연예인 관련 사건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서울중앙지검에는 어느 해보다 연예인이 연루된 사건이 많이 몰렸습니다.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등 연예인 프로포폴 투약 사건, 아이유 명예훼손 사건, 갤럭시익스프레스 대마초 흡연 사건, 다비치 강민경 명예훼손 사건, 아나운서 황수경 허위 찌라시 유포 사건, 비 병역 불성실 복무 고발 사건 등 하나하나 셀 수 없을 정도지요.

언론에서 특정 사건에 대해 기사를 쓸 때는 그 사건의 책임자를 표시하기 위해 해당 부서를 적고 바로 옆에 (부장검사 XXX)라고 쓰는 것이 관례입니다. 이 때문에 특정 사건으로 부장검사의 이름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해 연예인 사건을 수사한 해당 부서의 부장검사들도 수많은 언론에 이름이 공개됐지요.

그러나 정작 검사들은 “연예인 사건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걸 피하고 싶다”고 토로합니다. 검사들은 검찰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 어떤 사건을 처리했는지 꼬리표처럼 따라 다니기 때문에 공안·특수 등 소위 ‘있어 보이는’ 사건을 수사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연예인 사건으로만 언급되면 자칫 가벼운 사건만 조사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또 연예인 사건의 경우 처리 결과나 시점에 따라 뒷말이 많아 더욱 골칫거리라고 합니다. 최근 이수근 토니안 붐 등 연예인들의 ‘불법 맞대기 도박 사건’을 수사한 윤재필 강력부장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에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사건을 덮기 위해 물타기를 시도했다”는 비난 여론이 인터넷에서 크게 일었습니다. 또 다른 사건의 경우 처리 결과를 맘에 들지 않아 하는 연예인의 팬 또는 안티팬들이 항의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연예인 사건 안 나가도록 조심하라”고 평검사에게 말했다는 부장검사는 올해 중앙지검에서도 가장 많은 연예인 사건을 맡아온 사람입니다.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았겠지요. 그 뒤로 아직까지는 해당 부서에서 연예인 수사 건이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어느 정도 ‘경고’가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대중이 연예인 사건에 관심을 가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만큼 앞으로도 검사들의 고민은 반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끝)

오늘의 신문 - 2024.06.26(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