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을 영어로 발음하면 개과의 동물인 ‘케이나인(Canine)’과 같습니다. 미국인들로부터 이런 혼동이 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은 후 기아차는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실험 결과 모두가 이 차를 ‘개'와 연관시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아차는 이를 의식한듯 지난주 LA 오토쇼에서 K900으로 이름을 바꿔 공개했습니다. 마이클 추 기아차 대변인은 “지역적 언어적 특성을 고려한 것”이라며 단지 ‘개’로 들리는 것 때문에 이름을 바꾼 거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차 이름을 수출국가마다 다르게 바꾸는 일은 흔하게 있습니다. 중동이나 유럽 일부 국가에서 K9은 ‘쿠오리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핵심’을 뜻하는 ‘코어(core)’와 단어와 품질을 뜻하는 ‘퀄리티(quality)’에서 온 이름이죠. K5과 K7은 각각 ‘옵티마’와 ‘카덴자'라는 이름으로 수출됩니다.
기아차는 수년 전 소형차 ‘프라이드’를 미국에 수출할 때 ‘페스티바'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당시 포드자동차를 통해 수출하는 것이므로 라이선스 계약 때문에 이름을 바꾸게 됐다는 게 공식적으로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프라이드’라는 이름에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게이 프라이드’를 떠올린다는 뒷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아기 이름을 지을 때 고민하듯, 차 이름 짓기는 자동차 회사의 공통된 고민입니다. 현대차는 인기 세단 소나타를 제조연도에 따라 소나타, 소나타2, 소나타3 등으로 지었지만 미국에서는 일괄적으로 소나타라고 했습니다. 구형 모델을 가진 사람이 열등감을 느끼지 않도록 한 조치였죠. 하지만 소비자들은 어느 게 어느 것인지 헷갈린다는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기아차의 이름 고민은 차 모델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일각에선 기아(KIA)라는 이름이 “전투 중 사망하다(Killed in action)”의 약자라고 놀리기 때문이죠. 원래 한국어로 기아가 ‘부상하는 아시아’라는 뜻인 것과는 정반대 해석이 회사 입장에선 그리 유쾌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