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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舌禍)' 자초한 선량(選良)들의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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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태 정치부기자, 국회반장) ‘선량’으로 불리는 국회의원에 대한 발칙한 우스갯소리. 국회의원은 번개가 치면 뒤돌아서 활짝 웃는다(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줄 알고.), 자신의 부음기사를 빼곤 모든 기사를 좋아한다 등이다. ‘무플’보다는 ‘악플’을 좋아하는 이런 성향은 연예인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다. 의원들의 막말은 상대 진영을 무력화시키는 것보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목적의식의 발로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의 막말이 무심코 혹은 ‘욱’해서 내 뱉는 것들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일종의 정치행위라고 믿고 싶다. 물론, 어떤 막말은 정치의 범주에 넣기에는 너무 낯뜨겁고, 그 의원의 자질과 품성을 의심케 하는 것들도 많지만....일반 대중이 정서적으로(혹은 법적 범주에서) 수용할 수 없는 수준의 막말은 ‘설화(舌禍)’가 된다.

지난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결산심사때.김태흠 의원은 무심코 던진말로 곤욕을 자초했다. 평소 그가 했던 발언강도에 비하면 ‘세발의 피’수준이지만, 발언 내용이 문제가 됐다.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문제를 언급하면서 “이 사람들 무기계약직 되면 노동 3권 보장된다. 툭하면 파업할 터인데 어떻게 관리하려고...”라고 발언한 것. 민주당은 여당 원내대변인이 시민의 헌법상 권리를 부정하는 막말을 했다며 즉각 반박논평을 냈다. 이를 전해들은 국회 청소용역업체 노동자들은 운영위가 열리는 곳으로 몰려와 침묵시위를 했다. ‘역주행’이란 별명에 걸맞게 그는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그는 “(민주당이) 동료의원의 발언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며 운영위 개회를 온 몸으로 막아서면서 민주당측 사과를 요구했다.(그는 운영위의 위원장인 최경환 원내대표가 회의를 속개하려고 하자, 앞을 막아서면서 의장 마이크까지 치워버렸다. 회의는 정회됐다.) 어쩔수 없이 민주당은 유감 표명을 했지만,그의 ‘위헌적 발언’파장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도 막말관련, 구설수에 자주 오른다. 현재 국회 윤리위원회에 김의원의 징계를 요구한 제소건수만 의원중 최다인 4건에 달한다. 지난 11월초 박근혜 대통령 유럽순방때 동행했던 김의원은 정권반대 시위를 했던 프랑스 거주 동포들에게 “신원을 파악해 댓가를 치르게 해주겠다”는 협박성 발언으로 또 한번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제서야 그의 해외순방을 안 민주당은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며 김의원을 집중적으로 질타했다.민주당은 물론 해외 거주 동포들의 비난이 쇄도하자, 김 의원은 해명 기자회견까지 했다.

그는 지난 9월 정기 국회 본회의에서도 ‘설화’에 휩싸인 전력이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사건을 언급하면서 “채 전 총장이 내연녀와 관계가 틀어진 데는 민주당 모 여성의원과의 ‘썸싱’때문”이란 폭탄발언을 한 것이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당사자가 누군지 실명을 밝힐 것을 요구하면서 즉각 윤리위에 제소했다. 김 의원은 이후에도 그 발언을 거둬들이지 않고,여러 방송매체에 출연해 루머의 신빙성을 계속 내비쳤다.하지만, 두달이 넘도록 확인된 것은 없고 루머는 슬며시 자취를 감췄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박정희 전 대통령을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표현했다가, 자신은 물론 당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홍 의원은 원내대변인직에서 사퇴하고, 김한길 대표까지 나서 사과했지만 여론의 역풍을 피해갈 수 없었다.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정치불신을 자초하는 이 같은 ‘설화’는 정파적 분쟁을 일삼는 한국 정치문화의 산물로 치부해야 할 것 같다.

‘막말’정치인에 대한 사후 제재가 거의 없는데다, 심지어 정파적 견지에서 ‘할말 하는’, ‘희생하는’정치인으로 미화되고 있는 것은 ‘설화’를 부추기는 한국정치의 현주소란 생각이 든다.(끝)

오늘의 신문 - 2024.12.27(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