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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당팔' 황우여 대표의 다음 한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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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정치부 기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67)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별명은 ‘어당팔’입니다. 어당팔은 ‘어수룩해 보여도 당수(唐手·가라테)가 8단’의 줄임말이죠.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무색무취’의 성격을 가진 소금기없는 심심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절체절명의 순간에 아무도 예상치 못한 ‘한방’을 날린다는 얘기겠죠.

사석에서 만난 황 대표도 이 별명을 싫어하진 않는 눈치입니다. 트레이드마크인 눈웃음을 지으며 “난 검도는 자신 있지만, 당수는 안해요”라고 슬쩍 넘기기는 했지만요. 황 대표의 어법은 항상 이렇게 ‘유(柔)’합니다. 당 핵심인사가 “야당이 (우리 제안을) 안받아들이면 어떻게 하죠”라고 심각하게 물으면 “그럼 우리 둘이 여기(당시 만남 장소는 63빌딩)서 뛰어내려야지”라고 답하는 식입니다. 판사 출신 특유의 유연함이 몸에 배 있는 거죠.

새누리당 내에선 황 대표에 대한 평가가 양분돼 있습니다. “중립 성향의 친화력이 강점을 발한다”와 “강성 야당에 맞서는 집권여당 대표로서는 카리스마가 떨어진다”로 의견이 엇갈리는 겁니다.

이런 황 대표가 요새 당 대내외적으로 수세에 몰려 있습니다. 황 대표가 내심 바라고 있는 차기 국회의장 자리는 7선 서청원 의원의 원내 입성으로 인한 당내 역학구도 변화로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당내 일부 의원들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수성(守成)을 위해 황 대표가 국회의장 대신 인천시장에 출마해야 한다고 희생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황 대표는 18대 국회에서 주도한 국회선진화법이 ‘국회마비법’이란 비판을 받게 되면서 당내 거센 반발에 직면해 있습니다. 황 대표가 참석한 공개 회의에서조차 “국회선진화법 주도한 사람들의 자기비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대(對)야당 강경 방침을 굽히지 않는 최경환 원내대표와 빚는 상황 인식차는 당내 지도부간 마찰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물론 “선생님(당대표)과 반장(원내대표)이 똑같이 흥분하면 어떻게 되겠냐”는 황 대표 옹호론도 일부 나오고 있습니다만, ‘너죽고 나살자’식으로 맞붙는 여야 진흙탕 싸움에서 당 대표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우세한 것 같습니다.

황 대표가 어제(11월25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긴급 면담을 갖고 특검 등 김 대표가 제의한 3대 요구안에 대해 일단 답변을 유보한 채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하고 돌아왔습니다. 당내에선 황 대표의 본의와 상관없이 야당의 무리한 요구를 덜컥 받아들인 모양새가 됐다는 불만도 터져나오는 것 같습니다.

두세 달 전 황 대표에게 들은 얘기 중 기억에 남는 건 이겁니다. “집권여당 대표가 하는 하나하나의 행동, 한 마디 한 마디가 그냥 아무 생각없이 하는 것 같나요. 다 노림수가 있고 뜻이 있는 거지 의미가 없는 건 하나도 없어요.”

어당팔 황대표가 과연 당내 누구의 말처럼 ‘어당구(8단→9단)’로 진짜 승단했는지는 이번 주 여야 대치상황을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dolph@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