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정도까지 관심있게 신문을 보는 독자는 많지 않겠습니다만, 최근엔 삼성경제연구소 이름을 지면에서 찾기가 어렵습니다. 연구소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를 인용한 기사는 있지만, 연구원들에게 취재한 내용을 담은 기사는 없습니다. 벌써 한두 달 된 일입니다. 연말까진 계속 그럴 예정입니다. 왜일까요?
연구소의 공식 입장은 “최근 일이 많아 한동안은 언론의 협조 요청을 죄송하지만 거절하기로 했다” 입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한 관계자가 사정을 전해줬습니다.
두어달 전 국내 유수의 경제지 중 한 곳의 기자가 연구소에 전화를 했답니다. 그는 한 연구원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얼마나 될 거 같아요”라고 물었답니다. 통화하던 연구원은 별 생각없이 자기 사견(私見)을 말했는데, 다음날 그 신문이 “삼성경제연구소의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는 **%”라고 큼지막하게 써 버린 겁니다. 무책임의 극치지요.
경제성장률 전망치 발표는 민감한 부분입니다. 각 경제연구소가 당해 핵심사업으로 꼽지요. 그만큼 조심스럽게, 원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합니다. 기자들이라면 당연히 알지요. 그런데 그 경제지 기자는 무슨 공명심인지 전화통화 내용을 엄청 부풀려 기사를 쓴 겁니다.
때문에 다른 기자들은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을 요즘 지면에 못 담고 있는 겁니다. 물론 다른 연구원에도 그들을 대신할만한 사람들은 있지만, 그래도 삼성만의 강점이 분명히 있는 분야들이 있지요. 이 신문의 ‘오버’ 때문에 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 셈입니다.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