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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닛산, 르노삼성 QM3 '완판'에 신경 곤두세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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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석 산업부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3’의 1000대 한정판매 물량이 판매 시작 7분 만에 완판(완전 판매) 됐습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새에 동이 나버린 것이죠. 물량이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경쟁업체들 입장에선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한국닛산이 그럴 것입니다. 왜냐하면, 르노와 닛산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라는 한 울타리에 있는 ‘한 지붕 두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닛산은 지난 10월 소형 SUV ‘쥬크’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차가 르노삼성의 QM3와 플랫폼을 공유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뼈대와 부품에 다른 껍데기를 붙여 QM3, 쥬크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는 뜻입니다. 쥬크의 ‘이란성 쌍둥이’인 QM3가 시작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니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죠.

게다가 가장 민감한 부분인 가격에서 두 차종의 차이가 큽니다. QM3는 유럽에서 ‘캡처’라는 이름으로 팔리는데요. 대당 가격이 2만1100유로 정도입니다. 우리 돈으로 3000만원이죠. 그런데 이 차가 국내에서는 운송비, 관세 추가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250만~2450만원이란 가격이 책정됐습니다.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돼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차이지만 유럽 현지보다 낮은 가격에 팔리자 화제가 됐습니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반응도 좋을 수밖에 없죠. 이날 하루동안 접수된 계약물량아 3000대가 넘는다고 합니다. 르노삼성은 1000대를 다음 달 중순께 고객 인도를 할 계획이며 나머지 물량은 내년 3월부터 들어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 가격은 3월 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방침입니다.

한국닛산의 쥬크 판매가격은 2690만~2890만원입니다. QM3보다 400만원 가량 비쌉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한국닛산의 야심작인 쥬크의 인기가 QM3 등장으로 두 달 만에 식어버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솔린 모델인 쥬크와 달리 QM3 연료효율이 높은 디젤 모델입니다. 한국닛산도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 QM3가 가시 같은 존재인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닛산은 “쥬크만의 특성을 무기로 ‘마이웨이(my way)’를 가겠다”고 결론을 내린 상태입니다. 정성상 한국닛산 부사장은 “현재까지 계약대수가 300대로 당초 목표인 ‘월 200대’를 달성하고 있다”며 “20~30대 젊은층의 수요가 꾸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QM3의 판매호조에 대해선 “쥬크는 1.6L 가솔린 터보 엔진과 무단변속기(CVT) 등 고급 사양과 단단한 차체와 역동적인 주행성능이 특성인 차”라며 “QM3보다 ‘미니(MINI)’를 경쟁차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QM3는 ‘달리는 재미’보다는 ‘가족들이 안전하게, 높은 실용성을 바탕으로 타는 것’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각각의 차를 선호하는 고객층이 구분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히지만 두 차종의 성격이 다르다 해도 고객층은 겹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입니다.

유럽 현지 수요 증가와 스페인 공장의 연말 휴가 등으로 인해 QM3의 본격적인 판매 시기는 당초 계획인 연말에서 내년 3월로 연기됐습니다. 한국닛산에게 잠시 숨 고를 시간이 주어진 것이죠.

한국닛산은 내년 3월까지 어떤 전략을 통해 방어체계를 구축할까요? 또 가격이 400만원 싼 QM3는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판매량을 끌어올려 르노삼성 부활에 힘을 보태줄까요? 흥미진진한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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