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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입' 심상정 의원의 인기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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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후 정치부 기자) 오늘(20일) 국회는 대정부질문을 이틀째 이어갔어요. 어제 정치부문 질문에 이어 외교안보통일 분야가 대상이에요. 정기국회 땐 대정부질문을 하는데, 시작 전 각 당의 대표 연설이 있어요. 비교섭단체, 그러니까 소수당의 차례가 됐는데, 오늘은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 차례였거든요.

근데 분위기가 달라요. 같은 소수당인 통합진보당의 대표 연설 때나 통합진보당 의원의 연설 때완 확연이 차이가 나요. 일단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고함이나 야유, 궁시렁대기 등이 없어요. 오늘 심 원내대표는 비교섭단체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이 정도면 대국민 공약사기”라거나 “민주주의 후퇴, 민생 파탄, 정치실종의 가장 큰 책임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지난 대선, 대한민국 국가기관이 대통령선거에 개입했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라고 현 정권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는데도요.

심지어 심 의원의 어떤 발언에선 고개를 끄덕이는 의원들도 있었어요. 심상정 의원의 개인기와 캐릭터 등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게 제가 국회를 출입하면서 얻은 해석이에요.

심 의원은 야당 소속 의원만 했지만, 여당 의원들과도 두루 친해요. 심지어 팬도 있어요. 남경필 의원은 공공연히 “심 의원의 팬”이라고 밝혔을 정도예요. 사석에선 “누나”라고 친근히 부르는 것도 봤어요. 다른 의원들도 심 의원에 대해선 호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여당 의원들도 심 의원을 좋아하는 건 심 의원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고, 주장에 지나침이 없다는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고 봐요. 무더운 여름 점심시간에 많은 서류 뭉치를 옆구리에 끼고 의원회관과 국회 본청을 종종걸음으로 걷는 걸 많이 봤어요. 대개 의원들은 그 거리도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보좌진을 대동하지만, 심 의원은 대개 혼자였어요. 걸으면서도 서류를 읽느라 넘어질 뻔한 모습도 봤어요.

요컨대 ‘합리적 학구파’라는 심 의원의 캐릭터가 자리잡았다고 보여요. 통합진보당과는 달리 ‘종북 딱지’에서 벗어나 있는 것도 여당 의원들로부터 ‘저 정도 진보는 수용할 만하다’는 인식을 잡아준 것으로 해석해요.

주장에 치우침이 없는 것도 여당 의원들을 껴안는 요인인 것으로 보여요. 오늘도 정권과 여당을 비판한 것만은 아니고 야당, 주로 제1야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뼈아프게 비판했어요. “충분히 유능하지 못한 야당에도 따가운 질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야당이 좀더 현명하고 단단해져야 합니다”라거나 “야당이 더 분발해야 합니다. 능력 있는 강한 야당이 있을 때, 민주주의는 더 풍부해졌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야당이 있을 때, 민생은 더 풍성해졌습니다”라고 연설한 대목이 대표적이에요.

물론 심 의원이 현실적으로 정권에 위협적이지 않는 야당의 원내대표라는 것도 작용했다고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해석해요.

정의당의 현 의석수는 5석이고, 4명이 비례대표예요. 심 의원만 지역구(경기고양갑)가 있어요. (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