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전말은 이렇다. 강기정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 연설 직후 ‘당 규탄대회’가 열리는 국회 본청 앞으로 이동했다. 이들 대부분은 대통령 시정연설 내용을 미리 전해듣고 실망및 항의 표시로 본회의장 입장을 거부한 의원들이다. 이들 예상대로 대통령은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 구성, 책임자 처벌 등 그 어느 것 하나 언급하지 않아 잔뜩 ‘뿔’이 난 상태였다.
본청 앞 계단을 내려가던 의원들 앞에 청와대 경호실 버스 3대가 ‘떡’ 하니 막아섰다. 버스 사이의 좁은 통로를 힘겹게 빠져나가던 이들은 억눌러왔던 분통을 터트렸다.“대통령 떠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통로를 막아서냐”며 경호원들과 옥신각신하던 실랑이는 순식간에 거친 몸싸움으로 변했다.
사건 후 강기정 의원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한 생생한 육성 스케치이다.
“버스 3대가 본청 앞 계단 길을 막고 있었다. 시정연설 끝났는 데도 철수하지 않았고 민주당 의원들이 버스와 버스의 좁은 공간으로 빠져나가면서 ‘왜 길을 비키지 않냐, 차량 빼라’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두번째 버스 열려 있는 문을 발로 툭 차면서 ‘빨리 차 빼세요’라고 내가 한마디 했다. 그 때 차에 타고 있던 경호원 한 명이 버스에서 내려 뒷덜미를 잡아챘다. 이후 다른 경호원에게 멱살잡혔고, 뒷덜미와 허리춤까지 잡혀 날개가 꺾인 상태에서 약 3~4분 가량 폭행을 당했다. 주변에서 국회의원이라고 소리쳤는 데도 막무가내였다.역대 정권 시정연설에서 여러 경호차가 왔었지만, 국회 본청 앞을 차벽처럼 설치하고 의원들 출입을 막아서는 일은 없었다. 경호인이냐? 물어도 아니다. 조폭이냐? 물어도 아니라는 말만 반복했다.”
경호실의 주장은 다르다. 대통령이 떠난 후 경호 메뉴얼에 따라 대기 중이었고, 민주당 의원들이 갑자기 몰려와 버스를 발로 차면서 몸싸움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 또 강 의원이 버스를 발로 차는 바람에 제지할 목적으로 상의 뒷깃을 잡았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이 과정에서 서영교 홍종학 등 민주당 동료의원들이 “누군데 국회의원을 잡고 흔드느냐”고 소리쳐 한눈을 판 사이 강 의원이 ‘백헤딩’으로 얼굴을 들이받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경호실 직원 한명은 입술이 터져 피를 흘리고 있는 것을 다수 목격자가 확인했다. 강 의원과 몸싸움에 연루된 사람은 경호원이 아니라 청와대 경호처 수송부 직원인 것으로 민주당측은 확인했다. 문제의 직원은 양측이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사라졌다.
이에 대해 강의원은 “문제의 경호원이 입술에 피가 났다는 얘기를 이후에 들었다. 하지만, 난 경호원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손도 옷깃 하나 스치지 못했다. 2명 이상의 경호원에게 손이 잡히고 목이 잡혀 있었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 현장에는 한국경제 이호기 기자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소동 전 과정을 목격했다. 이 기자는 “경호실 직원이 강 의원의 목덜미를 잡아챘고, 여러 사람이 뜯어 말리는 몸싸움 과정에서 뒤로 밀려나 중심을 잃어 강의원 머리와 직원 얼굴끼리 충돌이 있었다”고 전했다.이 기자는 정황상 강의원의 고의적 ‘백헤딩’은 절대 성립될 수 없다고 증언했다.
민주당이 과잉경호와 경호실 직원의 국회무시 행태 등을 포괄적으로 문제삼으며 청와대의 공식 해명을 제기, 이번 사태는 쉽게 묻힐 것 같지가 않다.
이유야 어쨌든, 강 의원은 또 한번 ‘폭력사태’와 관련해 구설수에 오르게 됐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전 댓글을 작성한 국정원 여직원 오피스텔 현장을 지키는 바람에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폭력의원’으로 낙인 찍힌 전력이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