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가 최근 ’국회의원 권한및 지원에 대한 국내외 사례 비교’란 소책자를 발간, 배포한 것은 ‘뱃지들의 특권’에 분개하는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서다.
이 책자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항목은 ‘의정활동에 필요한 지원’인데,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 5개국과 우리 국회의원의 세비(월급) 등 처우 수준을 비교했다. 조사 결과 각종 수당을 합산한 한국 의원의 연간 세비는 1억3796만1920원으로 일본(약 2억3698만원),미국(약 1억9488만원),독일(약 1억4754만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영국(1억1619만원)과 프랑스(1억2695만원)보다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뭔가 석연치가 않다. 국민소득 등 기타 경제지표를 감안하지 않고 환율이 가리키는 대로 이렇게 정면 비교해도 되는지 의문이 든다.
‘한국 국회의원의 월급이 결코 많지 않다’는 다분히 의도된 기획이 전수조사보다는 선진 5개국과의 간단·상대 비교를 통해 성급한 결론을 냈을 것이란 의심을 품게 한다.
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자. ‘적당한지 많은지’ 판단을 유보하더라도 한국 의원의 세비 수준은 ‘세계 4강’이란 추산이 나온다. 물론 선진 5개국의 의원세비가 기타 국가들보다 높을 것이란 근거 없는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지만....(전 세계 의원의 세비를 조사한 자료가 없으니 독자들은 이 같은 어설픈 가정을 이해해주시길 부탁한다)
사무처는 책자에서 영국과 프랑스 의원은 세비는 낮은 대신 낙선후 받는 퇴직수당을 감안할 때 한국보다 결코 낮다고 예단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다. 그렇다면 한국 의원들은?
한국 국회의원들은 특별위원회(특위) 활동비란 명목으로 매달 ‘짭짤한’ 과외수입을 올린다. 1일 특위활동비(3만1360원)를 연 평균 회기 300일 기준으로 계산하면 추가시켜야 할 과외수입액은 940만8000원. 이럴 경우 국내 의원 월급은 3위인 독일과 엇비슷해진다. 여기다 수 많은 특위의 위원장 타이틀을 달게 되면 활동 여부에 상관없이 월 600만원씩을 더 받는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 의원들이 면세(免稅) 특권을 누린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해 300명의 의원 중 51명이 10만원 미만의 소득세를 냈고, 한푼도 내지 않은 ‘뱃지’도 37명에 달한다. 자신들의 세비를 책정할 때 일반수당 등 과세항목은 줄이고, 입법활동비 등 비과세항목을 꾸준히 올리는 ‘꼼수’를 부린 결과다.
국회의원 세비를 갖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세계 5강의 의원들과 비교해 ‘많은지 적당한지’를 논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다만, 세비에 대한 또 한번의 원치 않는 시비는 얼핏 봐도 국회사무처 주장과는 달리 국가 경제력 수준 이상의 댓가를 받는다는 엄연한 사실을 주지시키는 동시에 “대우 만큼 일하라”는 국민정서를 전달하기 위해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