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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국가중대사를 웨이보에 발표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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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선 국제부 기자) 12일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끝났습니다. 이게 용어가 좀 낯설어서 일반인들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3중전회는 정말 중요한 행사입니다. 예를 들어 11기 3중전회에서 당시 덩사오핑 주석은 ‘경제 집중’ 원칙을 천명했고, 14기 때 장쩌민 주석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전면에 내세웠죠. 이를 통해 중국이 개혁·개방의 길로 가게 된 것입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지 않았다면 세상이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겠죠.

아무튼 이렇게 중요한 행사를 하고 난 뒤 저는 초초한 마음으로 결과발표를 기다렸습니다. 중국 언론에선 오후 7시께 발표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한국 같으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나와서 기자들을 모아놓고 기자회견이라도 했겠죠. 하지만 이날 중국은 3중전회 결과발표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가장 먼저 했습니다. 그리고 관영 신화통신의 아나운서가 발표문을 쭉 읽었습니다. 그게 다였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정책발표를 트위터에 한 줄 쓰고 치워버린 격이지요. 결국 어제 각 사의 중국담당 기자들은 몇 줄 안되는 결과 발표를 놓고 나름의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지요.

왜일까요. 왜 이렇게 중요한 일을 가볍게 발표할까요.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에게 물었습니다. 안 위원은 중국인인데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다시 중국을 연구하시는 분입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의 배경이나 뒷 얘기를 잘 전달해주는 전문가로 제가 신뢰하는 취재원이기도 합니다.

안 위원은 “그만큼 별로 널리 알리고 싶지 않는 내용이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실제 이번 3중전회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국영기업 개혁, 자본시장 개방 문제를 거의 손 대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당 내 세력갈등을 분명히 보여줘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비판을 받습니다. 중국정부 입장에선 “웨이보에 올릴테니 관심있는 사람들만 봐라”하는 식이었을 것이라는 게 안 위원의 추측입니다.

원래 중국은 중요한 발표를 밤에 몰래 하는 사례가 많긴 합니다. 안 위원은 “분명하기보단 두루뭉술한 중국인 특유의 태도도 영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예로 태극권과 태권도의 차이를 들었는데요. 한국의 태권도는 분명히 상대를 때려버리지만, 태극권은 때릴 듯 말 듯, 때릴 듯 말 듯 한다는 거죠. 발표도 분명히 크게 하기보단 하는 듯 안하는 듯 하는 성격이 있다는 겁니다.

/ inklings@hankyung.com

(사진설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네 번째), 리커창 중국 총리(다섯 번째) 등 지도자들이 12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에서 거수 표결로 안건을 처리하고 있다. / 베이징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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