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평소 친분이 있는 SPC그룹 직원이 전화를 걸어와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습니다. SPC그룹 직원이 SPC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니….
사정을 들어보니 ‘아~’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분 말씀은 이렇습니다. 이날자 한국경제신문 1, 2면에 병원 관련 기사가 나갔는데, 제목이 ‘해외 진출 병원 채권 발행 허용…美 존스홉킨스처럼 SPC 세워 해외진출 때 투자유치’로 뽑혔습니다. 여기서 ‘SPC’라는 말이 ‘SPC그룹’을 연상시킬 수 있으니 다른 말로 좀 바꿔줄 수 없겠느냐는 얘기였습니다.
왜 이런 얘기를 하는 걸까요.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베스킨라빈스처럼 일반인에게 친숙한 브랜드를 가진 식품 전문기업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특수목적법인'을 뜻하는 SPC와 영문 명칭이 같습니다. SPC는 ‘Special Purpose Company’의 약자로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만들어지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뜻합니다. 기업들 사이에선 낯설지 않지만 일반 국민들에겐 상당히 생소한 단어죠.
문제는 SPC가 기업 구조조정이나 부실 처리 같은 ‘부정적 기사’에 등장할 때가 많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소비자를 직접 상대할 일이 많은 SPC그룹으로선 SPC라는 말이 기사 제목에 나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합니다. 일반 국민들이 은연 중에 SPC그룹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될 수 있다는 겁니다.
‘과민반응 아니냐’고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이미지 관리에 신경써야 하는 기업 처지를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만한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회사 이름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니 SPC그룹 사람들로선 신문에 등장하는 SPC라는 단어가 얄밉기만 할 것 같습니다.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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