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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중년 화가들이 늦가을 화단을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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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문화부 기자) “신중년(Young Old)으로 불리는 60~75세 중견 작가들은 6·25 전쟁 이후 정치적, 경제적 과도기를 거치면서 도전과 혁신정신이 몸에 배어있습니다. 체력과 지력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됐을 뿐만 아니라 작업에서도 이전보다 한층 젊어졌구요.”(함섭)

지난 60년 동안 사회 정치적 전환기를 거치며 치열한 내부경쟁을 통해 탄탄한 실력을 쌓아온 신중년 화가들이 저마다 독특한 ‘내공’이 깃든 신작을 쏟아내며 늦가을 화단을 달구고 있다.

최근 서울 인사동 청담동 등 화랑가에는 전통 한지작가 함섭(71)을 비롯해 ‘오로라 작가’ 전명자(71), 페니미스트 화가 윤석남(74), 한국화가 박대성(68)과 김춘옥(67), ‘싸리나무 작가’ 심수구(64), 풍경화가 임동식(68), 옻칠작가 나성숙(61), 한국화가 김호득(63), 극사실주의 화가 주태석 씨(60), ‘염소작가’ 윤여환 씨(60) 등 20여명이 개인전을 열거나 준비 중이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경기회복 기대감과 맞물려 ‘바닥’을 다져가는 미술 시장은 지금 새로운 ‘블루칩’ 찾기에 분주하다“며 “중견 작가의 작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전과 혁신에 길들여진 작가

한국사회 고도성장기의 중심에 섰던 신중년 작가들은 얄팍한 트렌드에 의지하기보다는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자기성찰, 혁신적 시도에 독창성까지 가미된 작품들을 생산해 내고 있다.

함섭 씨는 오는 8~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고향 춘천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황톳빛 언덕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한지로 수놓은 100호 이상의 대작 40여점을 건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화관문화훈장을 받은 함씨는 2010년 3월 춘천으로 내려가 ‘함섭 한지 아트 스튜디오’라는 이름의 작업실을 차렸다.

충남 공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화가 임동식 씨는 자연을 벗 삼아 그린 그림 20여 점을 모아 13일부터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시작한다. 30년간 설치와 퍼포먼스 작업을 하다 공주 원골에서 타인의 시각과 감성으로 그린 독특한 방식의 풍경화들이 눈길을 끈다.

유망한 작가를 유치하기 위한 미술관과 화랑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선화랑은 북극지방의 오로라를 소재로 작업하는 전명자 씨를 초대했고, 가나아트갤러리는 지난 9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3’의 일환으로 이스탄불 마르마라대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 터키 현지로부터 극찬을 받은 박대성 씨의 귀국전을 열고 있다. 금호미술관은 한국화가 김호득 씨, 갤러리 마노는 주태석 씨를 끌어들여 개관 10주년 기념전, 학고재갤러리는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윤석남 씨의 개인전을 각각 마련했다.

◆컬렉터들 관심 집중?

최근 들어 해외의 유명작가들이 우리 미술시장을 지배하고 있어 자칫 한국 미술시장을 해외 미술품에 내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꽃중년 작가들을 대항마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신중년 작가들은 젊은 작가에 비해 작품성이 어느 정도 검증된 데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장기 투자 차원에서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게 화랑가의 분석이다.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은 새로운 재료를 활용했거나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 하이퍼리얼리즘 경향의 흐름을 깊게 반영하고 있어 한국 현대미술 트렌드를 보여준다.

미술평론가 정준모 씨는 “30~40대 작가는 아직 실험성이 강하지만 60~70대 작가들은 검증을 거쳐 우리 화단의 실질적인 리더그룹을 형성하고 있다”며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한국적 멋을 잘 표현하느냐가 작품성의 잣대가 된다”고 말했다.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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