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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스포츠 드라이브'는 우민화? 경제동력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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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영 정치부 기자) 북한판 ‘3S정책’인 걸까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체육분야에 유독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정은은 올해 들어 체육 관련 공개활동에 25차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6회에 비해 벌써 4배 이상 늘어난 수준입니다.

북한은 체육시설을 늘리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최대 업적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식령 스키장이 대표적이지요. 이 외에도 능라인민체육공원과 평양체육관, 미림승마구락부, 문수 물놀이장 등 대규모 스포츠 시설들도 이미 완공됐거나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 매체들은 문수 물놀이장에서 평양 주민들이 즐기고 있는 모습을 연일 보도하고 있습니다. 대규모 워터파크인 문수 물놀이장에서 주민들은 늦가을 날씨에도 아랑곳않고 물놀이를 즐기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요.

체육 관련 행사도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북한은 올해에만 아시아클럽역도선수권대회를 비롯해 6개 국제대회를 주최하고 19개 국제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했다고 통일부는 전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꼽히는 북한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보이지요.

김정은은 축구인재 양성에도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김정은은 최근 개교한 평양국제축구학교를 방문하는가 하면 교과과정과 명칭을 결정하는 데도 직접 관여했다는 게 통일부의 분석입니다. 특히 이달부터 유럽 축구 강호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31명의 북한 청소년을 축구유학을 보냈다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하기도 했지요.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전통적으로 스포츠를 이데올로기 강화 수단으로 활용해왔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 들어 ‘체육사랑’은 더욱 지긋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국가체육지도위원회와 각 도·시·군 체육지도위를 설치하는 내용의 정치국 결정서를 채택하고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고모부로, 아내인 김경희와 함께 김정은의 정치적 후견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김정은의 최측근에게 체육분야를 맡겨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지요.

김정은의 이같은 ‘체육사랑’ 행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종의 ‘3S정책’”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3S정책이란 영화(screen), 성(sex), 스포츠(sport)를 통해 대중의 관심을 돌리고 정권에 대한 비판을 누그러뜨리려는 ‘우민화 전략’의 하나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대외교류와 대중스포츠 활성화, 시설 건설에 나서는 모습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면서 대내적으로 신흥부유층과 젊은 세대로 부터 새 지도자의 역동성과 애민 이미지를 선전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 체제 들어 체육 관련 국제행사를 크게 늘린 것 역시 대외적으로 정권 이미지를 제고하고 국력 및 경제력 개선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습니다.

경제 부흥 차원에서도 스포츠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김정은은 ‘마식령 속도’라는 용어를 제시하며 마식령스키장 건설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스키는 대다수의 북한 주민을 위한 스포츠는 아닙니다. 하지만 강원도 문천시 부방리와 법동군 작동리 사이에 있는 해발 768m의 고개인 마식령은 스키장으로 활용하기에 상당히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있는 좋은 자원인 셈이지요.

관광은 인프라만 구축되면 적은 비용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입니다.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북한으로서는 자연환경을 충분히 활용해 적은 자원으로 빠른 시간안에 경제적 효과를 노려볼 수 있는 산업인 셈이죠. 지금은 중단되어 있지만 남북관계가 개선돼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면 마식령과 금강산 관광지구를 묶어 대규모 관광벨트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합니다.

결국 김정은의 ‘스포츠 사랑’은 대내외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경제적 부흥까지 한번에 잡겠다는 김정은의 승부수인 셈이지요. 이같은 도박이 성공할 수 있을지 김정은의 다음 행보를 주목해봐야겠습니다.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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