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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로 돈방석에 앉은 캄보디아 총각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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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호 중소기업부 기자) 지난달 29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캄보디아 출장을 다녀왔는데요. 현장에서 느낀 ‘박카스’ 열풍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시설 좋은 편의점은 물론 허름한 노점상에서도 ‘박카스’는 필수 아이템이었습니다. 관광객이 많은 찾는 메콩강포트에서 노점상을 하는 세인 판리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평일에는 손님 100명 정도가 물건을 사는데 그 중 절반이 박카스를 찾는다”고 하던군요. 박카스가 노점상에게도 으뜸 효자상품이었습니다.

인구 1500만명인 캄보디아에서 연간 1억병이 팔린다니 정말 놀랍죠? 캄보디아는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900달러에 그친 최빈국 중 하나인데요. 여기서 팔리는 박카스 가격은 무려 70센트(750원)로 서울(500원)보다 비쌌습니다. 70센트는 캄보디아 노동자들 한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돈이라고 하네요. 최빈국에서 750원짜리 박카스가 어떻게 이렇게 많이 팔릴 수 있는 지 신기했습니다.

박카스의 캄보디아 신화 뒤에는 숨은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현지 유통업체인 캠골드사의 속 삼낭 사장인데요. 나이가 이제 34살(1979년생)인 총각 사장입니다. 동아제약도 자신들이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캄보디아에서의 성공에는 삼낭 사장의 공이 컸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동아제약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삼낭 사장과의 첫 인연을 이렇게 떠올렸습니다.

“ 2009년 초반에 키가 160cm이 될까말까 한 캄보디아 청년이 서울 용두동 동아제약 본사를 찾아왔다. 미리 연락은 받았지만 일단 첫 인상을 좀 그랬다. 그런데 그 청년 하는 말이 ‘한국 출장올 때마다 중장비기사들이 이상한 음료를 주는데 맛도 독특하고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알아봤더니 그게 박카스였다’며 자신에게 캄보디아 사업권을 달라고 하더라”

캄보디아에서 박카스 유통을 맡고 있는 캠골드사는 한국 일본 등에서 중장비를 사들여 현지에 파는 건설장비업체인 SKS회사의 관계사입니다. 당시 SKS의 직원이었던 삼낭 사장은 한국 출장길에 중장비 기사들을 만날때마다 나오는 박카스에 눈길이 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혈혈단신으로 동아제약을 찾아갔다고 하네요. 처음에 긴가민가 하던 동아제약은 ‘밑져야 본전이다’는 마음에 시범판매권을 맡겼다고 합니다.

현지 유통을 위한 캠골드사를 세운 삼낭 사장의 캄보디아 첫해(2009년)판매 실적은 7600만원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이듬해부터 매출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2010년에 6억원으로 늘더니 2011년에는 52억원으로 1년새 무려 8배이상 급증했습니다. 이후 지난해 171억원에 이어 올해는 290억원에 1억캔의 현지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너무 가파른 성장세에 동아제약도 당황할 정도였습니다. 동아제약 해외사업부 관계자는 “이 나라에서 어떻게 1억캔이 팔려나가는 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대체 무슨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현지에 가보면 알겠지만 수도 프놈펜 곳곳에서 보이는 대형 옥외광고판과 주요 뉴스의 배경화면마다 등장하는 박카스 광고는 캄보디아를 찾는 한국인들을 흐뭇하게 해줍니다. 바로 삼낭 사장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옥외광고는 물론 에너지드링크제의 TV광고마저 생소하던 캄보디아에서 공격적인 광고마케팅전략을 편 것입니다. 그것도 삼낭 사장이 자신의 돈을 직접 들여가면 했다고 하니 동아제약 입장에서는 업고 다니고 싶겠죠. 삼낭 사장은 이제 주요 방송국에서 꼽는 3대 핵심광고주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한류열풍도 한몫을 했다고 합니다. 삼낭 사장은 “때마침 2010년을 전후에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큰 인기를 끌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뜨렙 코레)가 프리미엄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덕분에 박카스 판매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박카스는 캄보디아에서 제품 한편에 한글을 그대로 사용할 뿐 아니라 TV광고도 한국말을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 TV광고는 캄보디아 여자와 결혼한 한국 사위가 처가를 방문하면서 선물용으로 박카스를 들고 가는 내용입니다.>

삼낭 사장도 ‘박카스 대박’을 떠뜨려 돈방석에 앉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삼낭사장의 물류창고에 가보니 캄보디아서는 흔치 않은 벤츠, BMW 승용차는 물론 볼보 CRV까지 주자창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모두 삼낭 사장의 차라고 합니다. 동아제약이 현지 파트너사에 30%가량의 마진을 보장해준다고 하니까 대량 계산해 보면 2010년부터 올해까지의 누적 판매액 460억원을 감안하면 최소 100억원 가량을 벌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입니다.

장가도 가지 않은 79년생 총각 사장이 4년만에 이룬 성과입니다. 내년에는 연간 350억원 정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하니까, 삼낭 사장의 성공 스토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봐야겠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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