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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파리_IT 이야기) 아이패드가 에이서 CEO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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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계 2위까지 올랐던 대만 PC 메이커 에이서의 사령탑이 바뀝니다. 에이서는 J.T.왕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경영부실 책임을 지고 내년 6월 물러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새 회장을 물색하고 있고 내년 1월부터는 짐 옹 사장이 CEO 역할을 대행합니다. 또 직원의 7%를 감원해 연간 1억 달러를 절감하기로 했습니다.


에이서는 2010년 아이패드가 나오기 전만 해도 넷북으로 깃발 날리며 선두 HP를 바짝 추격했습니다. J.T.왕 회장은 “HP를 제치고 세계 1위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장담하기도 했죠. 그러나 누가 알았겠습니까? 아이패드가 넷북을 단숨에 집어삼킬 줄은… 에이서는 뒤늦게 휴대폰/태블릿 시장에 진출했으나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사진 출처: 에이서그룹 홈페이지)

에이서는 3분기에 4억4500만 달러 (4733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창사 후 최대 적자이고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보다 나쁘다고 합니다. 이렇게 큰 적자를 낸 것은 게이트웨이와 팩커드벨 인수 등에 따른 부실을 털어냈기 때문이라는데… PC 시대가 저물어갈 무렵 기업을 인수해 덩치를 키워 물량 공세를 펼친 게 화근이 됐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에이서와 레노버는 세계 4위를 놓고 치열하게 싸웠죠. 그래서 덩치 키우기 경쟁을 했고요. 에이서는 지안프랑코 란치가 CEO로 재임한 2004~2011년 글로벌 전략으로 세계 2위까지 올랐습니다. 4위에서 맴돌았던 레노버는 란치가 에이서를 떠나자 영입했고 에이서가 이루지 못한 세계 1위가 됐죠.

왕 회장의 잘못은 세계 최대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지 못한 것이라고 합니다. 수년 동안 공을 들였지만 입지가 오히려 좁아졌습니다. 중국 PC 시장에서 2011년 8.5%였던 점유율이 지난해 7.5%로 떨어졌고 지금은 6.2%랍니다. 이런 판에 미국 소비자들이 넷북 대신 아이패드를 사면서 에이서의 쇠락이 급속히 진전된 것이죠.


(출처: 가트너 발표자료)

물론 에이서만 고전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트너에 따르면 3분기 세계 PC 출하대수는 1년 전에 비해 8.6% 줄었습니다.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에이서의 3분기 출하대수는 670만대. 1년 전 860만대에 비해 22% 감소. 시장점유율은 9.8%→8.3%. 레노버, HP, 델에 이어 세계 4위를 지키긴 했지만 1년 새 22%나 줄면 견딜 수 없을 겁니다.

올해 59세인 왕 회장은 사임 발표문에서 “에이서는 최근 수년 동안 난관에 직면했다. 새 팀에 리더십을 넘겨줘 새 시대를 열게 할 때가 됐다"고 했습니다. 그는 에이서에서 25년 간 일했고 2005년에 회장, 2011년에 란치에 이어 CEO가 됐습니다. J.T.왕 사임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쳤겠지만 아이패드도 요인이 됐다고 봅니다. [광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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