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의 효성기술원에서 일하는 연구원 A씨는 최근 울산 용연공장에 출장을 갔다가 몰려든 까마귀떼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이맘때부터 울산엔 수년째 태화강 인근을 중심으로 까마귀떼들이 찾아 장관을 이룹니다. 하늘에서 마구 뿌려대는 배설물 때문에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한답니다.
화학공장에 난데없이 까마귀떼가 날아든 것은 4일 효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능성 플라스틱 소재 ‘폴리케톤’ 때문입니다. 열과 충격에 강한 신소재인 폴리케톤은 효성이 10년 만에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플라스틱 소재 부문에서 원천기술을 확보한 의미있는 제품입니다.
효성 연구진은 양산설비에 앞서 울산에 시제품 생산설비를 만들었습니다. 일산화탄소와 에틸렌 등을 촉매를 사용해 안정적으로 결합하는 것이 중요한데 1ℓ로 용량을 적게 했을 때는 성공적으로 결합이 되다가 용량을 4300배로 키우자 문제점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양산화 기술 확보에 빨간 불이 켜진 겁니다. 초조해진 연구진은 문제가 집중적으로 생기는 설비 주변에 울산 중앙시장에서 사온 북어를 줄줄이 달았습니다. 북어를 올려다보며 고사까지 지냈다고 합니다. 간절한 마음이 통했는지 이후 연구진은 사고없이 양산화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구수한 냄새를 맡고 떼로 날아온 까마귀들은 효성이 제공한 뜻밖의 간식을 맛있게 먹어 치웠습니다. 북어가 사라진 뒤에도 맛을 잊지 못하고 공장 주변을 떠나지 않는 까마귀들이 많다고 합니다. 공장 주변에 떨어진 까마귀 배설물을 치우는 일은 번거로운 일이겠죠. 하지만 10년의 뚝심과, 북어를 매달고 고사까지 지내가며 정성을 담은 끝에 신소재 원천기술을 개발한 자부심에 효성 직원들은 까마귀 똥 치우는 일도 즐겁지 않을까 싶네요.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