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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유령의 집' 인기...불황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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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국제부 기자)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작은 마을 마운즈빌은 원래 웨스트버지니아 주형무소가 있던 곳입니다. 성처럼 작은 탑이 있는 형무소는 1866년 문을 열어 1995년까지 운영됐고, 지금도 건물 그대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형무소 부지 안에는 대형 농장과 자체 광산이 있을 정도였고, 폭력사범과 정신장애 범죄자들을 주로 수감했다고 합니다. 재소자 약 1000명이 영내에서 사망했고, 사형된 사람도 104명에 이릅니다. ‘올드 스파키’라 불리는 전기의자는 지금도 전시돼 있죠.

말만 들어도 섬뜩한 느낌이 드는 이 공간은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이 많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성지’의 하나로 불립니다. 매년 1만2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고 연 수익은 100만 달러에 이르죠. 아이폰을 손에 든 관광객들은 비좁은 감방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당구장, 농구장 등을 둘러보는데요.

요즘 이 마을에는 형무소 말고도 명소가 하나 더 생겼습니다. 스티븐 하멜(30)이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집을 개조해 만든 ‘초자연 박물관’ 입니다. 원래 핫도그 가게를 차리려고 했던 그는 어릴 때부터 수집해온 기이한 물건들을 건물 안에 같이 전시했습니다. 사람들은 핫도그를 먹으러 왔다가 박물관을 둘러본 뒤 핫도그 값보다 더 비싼 돈을 내고 흡족해하며 돌아간다고 하네요. 교도소는 아예 하멜에게 침대와 수제 나이프, 유명 재소자들의 사진 등을 넘겨 주기도 했어요. 하멜은 오싹한 그림과 인형 등을 찾아 헤맸고, 유명인들의 석고상을 사들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유령의 집’은 지금 미국 전역의 소도시에 유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1200개가 넘는 유령의 집이 있고, 이들의 연간 수익은 5억달러를 넘는답니다. 규모와 수익 모두 10년 사이 두 배 증가했죠.

재미있는 건 심리학자들이 이같은 유행의 원인을 불황이라고 분석하는 겁니다. 초심리학을 연구하는 파멜라 히스는 “19세기 심령술이 곳곳에서 부활하고 있다”며 “스트레스가 많고 불안이 확산하는 시대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초자연적 현상을 찍은 사진과 무서운 인형, 섬뜩한 감옥 무기 등으로 가득한 ‘유령의 집’은 어디에 가장 많을까요. 미국 중서부와 북동부의 사양화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에 집중돼 있다고 합니다.

모두 한때 제조업 공장으로 가득해 활기 넘치던 도시였지만 공장들이 모두 중국으로 이사가면서 썰렁해진 곳들입니다. 애틀랜타의 펩시콜라 공장을 리모델링해 ‘유령의 집’으로 개조한 벤 암스트롱은 “심한 불경기가 찾아온 이 지역 사람들은 특히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욕구가 크다”며 “디트로이트 일대에 유령의 집이 가장 많이 생긴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습니다. / destinybr@hankyung.com

(사진설명) 웨스트 버지니아 교도소. 출처: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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