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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3가지가 없어서 "힘 없는 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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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석 경제부 기자) ‘경제 검찰’로 불리며 기업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공정거래위원회. 공정거래 분야에서 기업들의 잘잘못을 따져 과징금을 매기고 심지어 검찰 고발권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기업 입장에선 그야말로 ‘저승사자’ 같은 존재죠.

그런데 공정위 직원들은 스스로 “우린 힘 없는 부처”라는 자조 섞인 말을 많이 합니다. 왜 그럴까요?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공정위 간부는 농담 섞인 말투로 ‘힘 센 부처’를 이렇게 정의하더군요. 첫째 ‘자기 부처 출신 장관을 배출할 수 있느냐’, 둘째 ‘다른 부처에 자기 부처 사람을 보낼 수 있느냐’, 셋째 ‘신문 1면에 난 비판 기사를 바꿀 수 있느냐’랍니다. 공정위는 이 세 가지 조건 모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대표적인 부처가 기획재정부라는 겁니다.

사람마다 ‘힘 센 부처’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의 차이가 크다는 점입니다. 공정위 직원들이 이런 격차를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인력과 예산입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인력과 예산 확충이 시급한데, 실제로는 쉽지 않다는 겁니다. 내년 예산은 10% 가량 깎였고, 늘어난 업무에 비해 인력 확충은 미미하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입니다.

요즘 공정위는 또 한번 조직 역량을 가늠할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바로 ‘일감 몰아주기를 단속할 국(局) 단위 조직 신설’ 문제입니다. 경제민주화 법안 가운데 ‘핵심 중의 핵심’인 일감 몰아주기 법안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국 단위 조직 신설이 필요하다는 게 공정위 입장입니다.

하지만 조정권을 쥔 안전행정부가 부정적이어서 쉽지 않은 과제라고 합니다. 정부 부처 조직 확대 문제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일입니다만 공정위 위상이란 측면에서 결과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법이 될 것 같습니다. / hohoboy@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