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라이온켐텍의 창업자인 박희원 사장이 지난 2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던진 첫 마디입니다.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기업들의 기자간담회 자리를 수 차례 다녀 본 저로서는 나름 신선하다고 느꼈습니다. 무한경쟁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내는것 만큼 힘든 일도 없다는 것 쯤은 저도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사연이 있길래 저렇게 인사를 할까 궁금해졌습니다. 박 대표의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럴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49년생인 박 대표는 부친이 일찍 돌아가신 탓에 14살 때 생업전선에 뛰어 들었다고 합니다. 돈 되는 일이면 뭐든 닥치는대로 하던 차에 1973년께 라이온켐텍의 전신인 새한화학공업사를 창업했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페인트 섬유 등에 들어가는 첨가물인 산업용 왁스를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국내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닦은 박 대표는 1980년대 초반부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면서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미국의 한 공항에서 입국수속을 밟다가 공항 경찰에게 끌려가서 몸수색을 당했습니다. 영어가 짧은 박 대표는 영문도 모른 채 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별 탈없이 풀려나긴 했지만 문제는 한국으로 돌아올 때였습니다. 김포공항에서 수화물 검색대에 가방을 놓고 걸어나오고 있는데 앞에서 세퍼트 경찰견 3마리가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겼나 보다”라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놀랍게도 그 경찰견이 김 대표를 둘러싸는 것이었습니다.
깜짝 놀란 김 대표는 뒤따라 달려온 경찰들에게 물었습니다. “해외 수출을 위해 고생하다 왔는데 뭐가 잘못 된게 있냐”고 말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 대표의 가방 안에 들어 있는 왁스 샘플이 문제였습니다. 김 대표는 해외 출장을 갈 때 항상 왁스 샘플을 비닐봉투 3~4개에 넣어 갔습니다. 그런데 왁스가 흰색 가루 형태였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생김새가 딱 마약과 비슷했던 것이죠. 이것 때문에 김 대표가 마약밀매상으로 오해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김 대표는 자신이 왜 미국 공항에서 몸수색을 당했는지도 이해가 됐습니다.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박 대표는 이런 에피소드를 들려주면서 “이런 고생을 하면서 일궈낸 회사가 이제 주식시장에 상장을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감개무량하다”고 말했습니다.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