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바로가기

뉴스인사이드

CJ 그룹의 고민...삼성라이온즈를 응원할까 말까?

글자작게 글자크게 인쇄 목록으로

(오상헌 증권부 기자) 가을야구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정규시즌 1위인 삼성 라이온즈와 4위에서 치고 올라온 두산 베어스의 흥미진진한 맞대결 덕분에 야구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심심하지 않은 가을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당사자격인 삼성과 두산 임직원들은 경기가 열릴 때마다 목이 터져라 자기네 팀을 응원한다는군요.

그렇다면 ‘CJ맨’들은 어떨까요. 아시다시피 CJ와 삼성은 서로가 서로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이입니다. 지난해 시작된 이건희 삼성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씨가 벌인 유산 소송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한몸에서 나온 형제 그룹이지만, 서로를 대하는 눈빛은 싸늘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런 CJ가 ‘삼성’ 이미지 제고에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라이온즈의 2대 주주란 점입니다. 올 3월 삼성라이온즈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삼성라이온즈 지분 15.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대주주인 삼성전자(지분율 27.5%)에 이어 제일모직(15.0%)과 함께 공동 2대주주네요. CJ와 함께 삼성에서 떨어져나간 신세계도 14.5%를 보유한 4대주주로 이름이 올라있습니다.

삼성과 별다른 ‘트러블’이 없었던 신세계는 그렇다 쳐도, CJ맨 입장에선 헷갈릴 만도 합니다. 그룹 정서를 고려하면 두산베어스를 응원하는 게 맞겠지만, 지분관계만 따지면 삼성라이온즈를 응원하는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CJ 임직원이기에 앞서 각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팀을 응원하겠지만, 여기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CJ와 신세계는 왜 삼성라이온즈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까요. 일단 ‘돈벌이’ 때문은 아닌 듯합니다. 삼성라이온즈는 지난해 매출 534억원에 영업손실 6억5000만원을 냈습니다. 쏠쏠한 배당금을 매년 ‘따박따박’ 주는 알짜회사는 아니란 얘기입니다.

그렇다고 CJ와 신세계가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삼성라이온즈 주요 주주 자리를 지킬 리도 없습니다. 삼성라이온즈는 구단명에 드러나듯이 온전히 삼성만을 위한 회사입니다. 삼성라이온즈를 보고 CJ나 신세계를 떠올릴 야구팬이 한 명이라도 있을까요?

결국 CJ와 신세계가 삼성라이온즈의 주요 주주로 남아있는 이유는 “계열분리 되기 전에 매입한 지분을 팔지 못해서”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삼성라이온즈는 CJ 신세계 한솔 등 범(汎) 삼성가(家)가 삼성 이름 아래 함께 있었던 1982년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태어났습니다. 당시 CJ제일제당과 신세계는 삼성의 주요 계열사였던 만큼 자연스럽게 지분을 갖게 된 겁니다.

1982년에 1억5000만원을 주고 삼성라이온즈 지분 15.0%를 취득한 CJ제일제당의 경우 삼성라이온즈의 거듭된 적자를 반영해 2001년에 보유 지분에 대한 평가액을 ‘0원’으로 감액손실 처리했답니다. CJ제일제당은 지금도 삼성라이온즈 보유지분의 가치를 ‘0원’으로 처리하고 있다는군요.

그런 만큼 누군가 적당한 가격에 사준다고 하면 팔 수도 있겠지만, 원매자는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일단 삼성측과 삼성라이온즈 지분 매각과 관련해 얘기를 나눈 적은 없다는군요. 삼성라이온즈가 돈 버는 회사가 아닌데다 ‘삼성’ 타이틀이 붙은 비상장 기업인 만큼 삼성이 아닌 기업이 사 줄 리는 만무하죠.

신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세계 관계자는 “주식을 사줄 곳도 없고, 팔아봤자 ‘푼돈’이기 때문에 신세계도 해당 주식에 대해 ‘없는 셈’ 치는 분위기”라고 말합니다.

삼성그룹도 굳이 이제 와서 CJ와 신세계 보유 지분을 매입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습니다. 현 상태에서도 삼성라이온즈가 ‘삼성 브랜드 이미지 제고’란 목표를 잘 수행하고 있다는 게 첫번째 이유일 겁니다. CJ나 신세계가 지분을 매입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이런 이유로 삼성라이온즈를 둘러싼 삼성과 CJ의 ‘어색한 동거’는 상당기간 계속될 분위기입니다. 언젠가 CJ나 신세계가 새로운 프로야구단을 만들면 모를까…. (끝)

오늘의 신문 - 2025.03.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