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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KDI를 좋아한다는데...얼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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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이 경제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죠. 오늘(25일) 그 말이 다시 한 번 확인됐습니다. 박 대통령이 문형표 KDI 선임연구위원을 새로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지명하면서죠.

괜히 나온 말이 아닙니다. 박근혜정부의 요직 중 상당수는 KDI에서 일했던 인물들이 꿰차고 있거든요. 현오석 부총리(전 KDI 원장),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모두 이 곳 출신입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건 아니지만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KDI 원장을 지냈고요. 현정택 KDI 전 원장은 대통령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입니다. (의장은 누구냐고요? 바로 박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기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유일호 의원도 KDI에 몸담았었죠. 고영선 국무조정실 국무 2차장(차관급)은 KDI에서 연구본부장으로 활동하다 발탁됐습니다.

여기에다 비어 있던 복지부 장관 자리에까지 문 선임연구위원이 지명됐네요. KDI가 새로운 관가인맥으로 자리잡은 후 ‘굳히기’까지 들어간 셈인데요. 문 위원의 장관 지명 소식을 접한 KDI 관계자들은 “40여년 역사에 이렇게 한꺼번에 각료로 발탁된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며 “놀랍다”고 평했답니다.

사실 박 대통령와 KDI는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이 연구기관을 세운 사람이 바로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고(故)박정희 전 대통령이거든요. 1971년 당시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을 지원할 전문 연구기관의 제연구소의 필요성을 절감해 KDI 설립을 지시했다고 하죠. 설립금이 모자르자 사재 100만원을 내놓았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지금도 KDI 본관 로비에는 그때 개관 기념으로 전달됐던 ‘번영을 향한 경제 설계’라는 박 전 대통령의 친필휘호가 있답니다.

아버지가 그렇게 아꼈던 국책연구기관이니 만큼 박 대통령의 마음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이를 보고 누군가는 ‘세습정치’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언제까지 아버지가 세운 연구소 출신들로만 자신의 ‘인재풀(pool)’을 채울 거냐는 얘기겠지요.

그렇다면 지금 KDI 원장은 누구일까요? 23년간 KDI에 몸담아온 김준경 원장입니다. 뜻밖에도 김 원장의 아버지는 박 전 대통령의 최장수(9년3개월)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정렴 박정희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이라고 하니 대통령과 KDI와의 인연은 남다르긴 한가 봅니다. /koko@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03(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