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금감원 국감장에서 최수현 금감원장의 위증 논란으로 잠시 감사가 정회된 사이 그는 금감원 9층 발코니에 나와 잠시 바람을 쐬었습니다. 테이블 하나를 홀로 차지하고 앉아서 생각에 잠긴 듯 했습니다. 음료수는 사과주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홀로 앉은 그의 뒷편에 남자 서너명이 오갔습니다. 현 회장을 혹시 위해할지 모르는 이들로부터 지키기 위한 경호원으로 짐작되는 인물들이었습니다. 같이 증인으로 섰던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 이승국 전 동양증권 사장 등과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평범한 기업인이 아니라 재벌 총수라는 것이 새삼 느껴졌지요.
잠시 앉아 있다가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발코니 끝으로 갔습니다. 뒷짐을 지고 바람을 맞는데, 글쎄, 그 뒷모습이 참으로 착잡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될 줄 그는 정말 몰랐을까요.
국감장에서 그는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면서도 아무 것도 몰랐다는 입장을 꾸준히 유지했습니다. CP가 어떻게 팔려나가는지 몰랐고, 불완전판매도 몰랐고….
진짜로 몰랐을 지도 모릅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가 그러더군요. “재벌 총수가 의외로 잘 모른다”고. “아랫사람들이 총수에게 그렇게 자세하게 보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한데 그가 그렇게 어리숙한 총수가 아니라는 얘기도 적지 않습니다. 또 다른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그를 ‘어당팔’이라고 하더군요. ‘어리숙해 보이지만 당수가 팔(8)단’이라는 겁니다.
겉보기에는 띄엄띄엄해 보여도 속으로는 이것저것 다 따지고 있단 얘기지요. 어느 쪽이 맞을 지는 검찰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