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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을 싫어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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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석 증권부 기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36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하며 한국 증시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36거래일 연속 순매수는 외환위기 직후의 기록인 34일을 넘는 신기록입니다.

지수는 높지만 주위에서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은 찾기 힘듭니다. “다른 주식은 다 오르는데 내 주식만 떨어진다”는 푸념이 오히려 많이 들립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외국인과 기관, 개인의 매수 타이밍은 불변’이라는 내용을 담은 자조어린 이미지(사진)까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감정이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외국인과의 전투에서 별로 이겨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늘 지기만 하는 게임을 하니 배가 아픈 것입니다.

이번 달 전투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세장이 이어졌던 1일부터 17일까지 외국인들의 순매수 1~5위 종목인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차, 네이버, SK텔레콤은 5~12% 올랐습니다. 반면 개미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은 LG디스플레이, LG전자, 기아차, NHN엔터테인먼트, 제일모직 등은 줄줄이 ‘마이너스’ 입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도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KDB대우증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의 문호가 외국인에게 처음 열린 1992년부터 현재까지 외국인들은 52조3000억원을 국내 증시에 투자, 785.6%의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현금 배당액(53조3000억원)만으로도 본전 이상을 뽑는 등 짭잘한 수익을 냈습니다. 해당기간 코스피 상승률 227.8%과 비교해도 상대가 안되는 수익률입니다.

외국인들이 돈을 버는 방법은 사실 간단합니다. 시장이 자포자기 상황일 때 사서 오를 때까지 버티는 전략입니다. 연도별 외국인 매수, 매도 시점 데이터를 보면 외환위기나 9.11테러 같은 악재 직후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해 기관과 개인이 매수세에 동참, 주가가 오른 시점에 주식을 내던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개미들은 반대입니다. 펀드 붐이 일었던 1989년, 1994년, 1999년, 2007년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수했다가 큰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팔았습니다.

개미들이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전문가들의 내놓는 답은 ”장 분위기가 안좋을 때 과감하게 베팅하고, 이익을 실현할 때까지 뚝심있게 버텨라”라는 ‘공자님 말씀’ 뿐입니다. 어쩌면 ‘2100, 2200의 고지가 보인다’는 내용을 담은 장미빛 전망이 쏟아지는 지금이야 말로 쉬어야 할 때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의 신문 - 2024.11.16(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