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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기엔 너무 절묘한 국가정보원의 ‘물타기’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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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기 정치부 기자) 민주당이 요새 즐겨 쓰는 구호 중 하나가 ‘한 손에는 민주주의를, 다른 한 손에는 민생을~’입니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등 정부기관의 정치 개입으로 (자신들이 피땀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고 믿고 있거든요. 사실 저만 해도 지난해 대선 때 국정원 직원들이 달았던 댓글로 민주당 후보가 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대선 이후 터진 여러 사건들의 흐름을 보면 민주당의 이런 주장이 얼핏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며칠 전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소속 군인과 군무원들이 지난 대선 때 야당 후보를 비판하는 댓글을 달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해당 요원들이 실제 정치적인 글을 작성했다고 시인했지요. 물론 조직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의혹으로 남아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국방부 댓글 사건이 알려진 지난 16일 북한의 대남 공작부서인 225국이 지난 1년간 국내 IT 대기업인 삼성SDS를 해킹해왔다는 기사가 대서특필됐습니다. 소스의 출처는 국정원과 검찰입니다.

최근 불거진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등장합니다. 지난달 25일 기초연금 정부안 발표를 즈음해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어긋난다며 자진 사퇴했고 공약 후퇴에다 장관의 항명 파문까지 더해져 정권에 큰 부담이 됐습니다. 급기야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황색등이 켜졌다는 언론 보도(조선일보 10월2일자)까지 나왔죠.

하필 이 기사가 보도된 당일 검찰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의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합니다. 그로부터 한 1주일간 주요 언론의 관심은 기초연금이 아닌 대화록에 쏠리게 되죠.

이밖에 검찰의 원세훈·김용판 기소(6월14일)→국정원의 대화록 전문 공개(6월24일),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청문회(8월20일)→국정원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압수수색(8월28일) 등 일련의 사건도 단순히 선후 관계로 보기엔 뭔가 개운치가 않네요. 한경+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