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것은 정부가 이러한 푸드포르노 현상을 은근히 반기고 있다는 건데요. “솔직히 ‘땡큐’”라는 게 농식품부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블로거들이 음식사진을 올려주면 외식업 경기에 도움이 되고, 그럼 음식 재료를 제공하는 농축산업도 활기를 찾을 수 있다는 논리지요.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소비를 자극해 돈을 돌게 한다는 푸드포르노의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한 겁니다.
사실 이전까지 농식품부는 외식업을 ‘규제·관리 대상’으로만 여겨왔습니다. 태도를 바꾼 건 지난해부터인데요. 정부가 외식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고부가가치화할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한 겁니다. 식품업체들도 ‘블로거 평가단’을 꾸리는 등 푸드포르노 현상을 재빠르게 이용하고 있죠.
하지만 모든 현상엔 장단점이 있습니다. 한 때 블로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던 일명 ‘내장파괴버거’를 기억하시나요? 이태원 모 식당에서 파는 이 대형 햄버거의 칼로리는 1887kcal이나 됩니다. 너무 칼로리가 높고 기름져 먹고 나면 “내장이 파괴될 것 같다”는 이유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는데요. 보다 못한 농협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렇게 경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푸드포르노 현상은 음식 본연의 맛과 멋을 잃게 하고, 침샘과 위장을 자극하는 과잉된 음식의 소비만을 확산시킨다”고요.
외식업이 발전한 영미권 선진국에선 푸드포르노에 대한 경계가 심합니다.
미국 공공과학협회(CSPI)는 자국 내 레스토랑에서 팔리는 ‘과잉음식’을 발표하고, 영국 식품기준청(FSA)은 푸드포르노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식단표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푸드포르노를 환영한다는 한국의 미래는 어떨까요? 더 지켜볼 일입니다.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