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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의 방패 '김앤장'…이번엔 신뢰 회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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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석준 산업부 기자) “효성 변호인이 김앤장이에요? 다른 대기업의 오너들의 재판 결과를 보면 이해가 잘 안되네요.” 최근 SK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다른 대기업 수사에 관한 얘기를 하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SK는 최태원 회장 변호를 김앤장에 맡겼다가 곤욕을 치뤘다. 1심에서 김앤장 도움을 받은 최 회장은 SK 계열사에 펀드 출자를 지시한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전략을 폈다. 재판 결과는 징역 4년의 중형이었다. 전면 무죄를 이끌어 내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당시 김앤장은 무죄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다며 SK 고위층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재판 당일 오전 최종보고 때도 ‘100% 무죄이니 안심하라’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SK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전하며 “김앤장은 옛날 방식에서 못 벗어난 것 같다”며 “과거엔 유죄도 무죄로 바꿔 버린다는 김앤장이었지만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재판부에) 줄 것은 주고 변호를 해야지, 요즘의 법원 분위기로는 ‘올 오아 낫씽(all or nothing)’ 전략은 위험이 너무 크다”고 했다.

또 김앤장은 LIG그룹 오너 재판에서도 쓴 맛을 봤다.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뒀던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 구본상 LIG 넥스원 부회장 부자(父子)는 1심 재판에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8년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효성은 국세청, 검찰, 금융감독원 등의 파상적인 공세 앞에서 변호인으로 김앤장을 택했다. 효성 관계자는 “최고위 경영진이 고심 끝에 정한 것”이라며 “국내 1위 로펌이고 효성과 계속 거래를 해 왔기 때문에 맡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일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고동윤 상무 등 일부 경영진과 (주)효성을 탈세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에 배당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효성측 변호인인 김앤장도 본격적인 대응논리 준비에 나섰다. 김앤장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오는 언론 보도 중 부정확한 내용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을 효성 측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등도 김앤장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김앤장에 대한 얘기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들에게 물어봤다. 판사들은 대부분 “김앤장에만 의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A 판사는 “김앤장이 주장하는 것이나 중대형 로펌에서 주장하는 것이나 최근에는 내용면에서 대동소이하다”며 “김앤장의 변호가 큰 차이를 못 가질 수 있다”고 평했다. B 판사는 “김앤장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며 “담당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서도 정확히 변호할 수 있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특히 서울지역 법원이 초임지인 판사들은 “김앤장 등 대형 로펌을 들어갈 수 있었는데 안 간 사람들”이라며 “김앤장이라고 해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고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어쨌든 지금 진행되는 효성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후 사법 처리 여부는 김앤장의 ‘현재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앤장의 건재를 보여줄지, 신뢰도 하락이 나타날지 효성 사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 eulius@hankyung.com

(사진설명) 검찰 관계자들이 효성 본사 압수수색을 하고 물품을 가져가는 모습. /배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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