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대한 자료 중에 불필요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의원측에서 저인망식으로 자료를 요청하지 않으면 공무원들이 유리한 자료만 내놓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방대한 자료 요청에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의원들이 국감 현장에 장관과 고위 공무원들을 불러다놓고 호통을 치는 건 무슨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소리를 질러야 카메라 플래시라도 한 번 더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인지….
지난 14일 방하남 고용부 장관도 진땀을 흘렸습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 노조 문제, 통상임금, 삼성전자서비스 근로감독 등 수많은 현안을 놓고 의원들은 방 장관을 몰아쳤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을 때마다 말을 끊는 것은 것은 물론이고, 3~4분씩 호통을 치면서 자신의 주장을 늘어놓다가 장관에겐 ‘네,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하기 일쑤였습니다.
장하나 민주당 의원은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국민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놓고 서너개 질문을 한번에 쏟아내더니 방 장관이 대답을 머뭇거리자 “정현옥 차관(사진 오른쪽)에게 답변을 듣겠다”라며 면박을 주기도 했습니다.
‘해직 공무원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은 안된다’는 이유로 전공노와 전교조의 노조 자격을 부인하는 것과 관련해 야당 의원들은 돌아가면서 청와대의 외압설을 끊임없이 제기했습니다. 방 장관이 “법에 따라 고용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답변을 수십 번 반복했지만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추궁하는 의원들의 모습은 마치 수사기관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신계륜 환노위원장은 국감을 시작하면서 “정쟁이 아닌 정책국감이 되도록 하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환노위 국감 역시 의원들이 장관을 혼내는 자리이자 정치 대결의 장(場)이었던 것 같습니다. / hkang@hankyung.com
(사진설명) 국정감사장의 두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왼쪽)과 유진룡 문화부장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