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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 직원이 카드를 안 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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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금융부 기자) 최근 모 신용카드회사 직원과 식사자리를 가졌는데 팀장 가운데 한 명이 자기는 신용카드를 안 쓴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당연히 저는 카드회사 직원이 카드를 안 쓰면 어떻게 하냐고 되물었지요.

팀장은 카드를 아예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소액결제의 경우 되도록 현금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잔돈 생기는 것이 싫어서 1000원짜리든 2000원짜리든 심지어 400원짜리 라이터를 살 때도 카드를 쓰곤 했거든요. 카드사 팀장도 마찬가지일 텐데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팀장의 해답은 명쾌했습니다. 소액을 카드로 결제하면 회사에 손해가 난다는 것입니다. 왜 손해가 날까. 이유는 바로 카드 가맹점들이 카드회사에 주는 수수료 결정 방식 때문입니다. 카드 가맹점들은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카드 수수료로 냅니다. 예를 들어 수수료율이 2.5%일 때 편의점에서 1만원짜리 물건을 사면 편의점은 카드사에 250원을 줍니다. 1000원짜리를 사면 25원을 주게 되지요.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카드 1건을 결제할 때는 최소 비용이 발생하는데 150원 안팎입니다. 영수증 종이값과 통신료 그리고 카드회사가 카드이용명세서를 회수할 때 드는 돈입니다. 그리고 이 돈은 카드회사가 부담합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소액결제를 하면 카드회사가 손해를 보는 것입니다. 1000원짜리 카드 결제를 해줘서 받는 수수료는 25원인데 150원이 드니까 말이죠.

이상으로 주머니에서 동전이 딸랑딸랑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도 감수하고 굳이 현금을 내는 카드회사 직원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마칩니다.

카드사 팀장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까 소액을 결제할 때 카드를 내기가 조금 머쓱해졌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계속 카드를 쓸 생각입니다. 카드사 이익 걱정하느라 편리함을 포기하기는 싫어요.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