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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비원'이 아니라 '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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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서울시는 오는 30일 시 간부들과 시청 출입기자들이 참석하는 ‘가을철 고궁 걷기 행사’를 열 계획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1년 10월 취임 이후 매년 한 차례씩 출입기자들과 함께 하는 걷기 행사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남산 둘레길을 함께 걸었죠.

올해는 조선 궁궐 중 가장 원형이 잘 보존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창덕궁을 걸을 예정입니다. 일선 현장을 둘러보고 시정을 챙기느라 따로 만날 시간을 내기 힘든 박 시장과 함께 한다는 점에서 기자들에게도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서울시가 기자들에게 알려온 공문에는 이번 행사 장소가 ‘창덕궁 비원’이라고 적혀 있더군요.

조선의 궁궐인 창덕궁은 임금과 신하들이 정사를 돌보던 외전과 왕과 왕비의 생활공간인 내전, 그리고 휴식공간인 후원으로 나눠집니다. 내전의 뒤쪽에 펼쳐진 후원은 울창한 숲과 연못, 크고 작은 정자들이 보존돼 있어 역사적으로나 건축사적으로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죠.

후원은 조선 초기부터 후원(後苑)·북원(北苑)·금원(禁苑) 등의 명칭으로 불리웠는데 보편적으로 불리워진 명칭이 바로 후원입니다. 그런데 1904년부터 일제 강점기가 끝날 때까지 비원(秘苑)으로 명칭이 바뀌었습니다. 비원은 은밀한 왕실의 정원이라는 뜻으로, 일제 강점기 때 궁궐을 격하시켜 부르던 용어라는 게 역사학자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창덕궁 후원을 비원으로 알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죠. 하지만 일제 강점기 용어 순화를 위해서라도 창덕궁 비원이 아닌 후원이 맞는 표현입니다. 문화재청이 공식 사용하고 있는 용어도 후원입니다.

기자가 지난 14일에 대변인실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자 대변인실에선 즉각 수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인 15일까지도 여전히 서울시청 기자실에 붙여진 행사 계획공문에는 비원이라고 적혀 있네요. 서울시가 언제쯤 비원에서 후원으로 표현을 바꿀 지 궁금해집니다.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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