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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대를 위한 힐링… 자우림 '굿바이, 그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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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문화부 기자) “난 내가 스물이 되면 빛나는 태양과 같이/찬란하게 타오르는 줄 알았고/난 나의 젊은 날은 뜨거운 여름과 같이/눈부시게 아름다울 줄 알았어.”(자우림 9집 수록곡 ‘템페스트’)

20대는 찬란한 계절입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나이입니다. 자우림의 새 앨범 ‘굿바이, 그리프’에 수록된 ‘템페스트’ 가사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20대를 되돌아보면 무한한 가능성이 과연 가능했을까라는 의문도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정말로 생각했던 모든 것을 이뤄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가장 좋았던 나이를 찬란하게 보내지 못했던 패배자의 흔한 후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사람을 위해 자우림은 이런 말을 덧붙입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사소한 비밀 얘기 하나/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아.” 이들 방식의 위로인 것 같습니다.

14일 자우림의 새 앨범 ‘굿바이, 그리프’가 발표됐습니다. 2011년 발매된 8집 이후 꼭 2년 만입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스물다섯, 스물하나’입니다. 김윤아가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벚꽃이 흩날리는 장면을 보고 단숨에 써내려간 곡입니다. 스물다섯과 스물하나라는 숫자는 그저 멜로디와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하네요.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야근에 지친 직장인이 등장합니다. 그 역시 21세, 24세 때는 앞으로 본인이 야근에 찌든 직장인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겠지요.

“바람에 날려 꽃이 지는 계절엔/아직도 너의 손을 잡은 듯 그런 듯해/그때는 아직 꽃이 아름다운 걸/지금처럼 사무치게 알지 못했어/우~ 너의 향기가 바람에 실려 오네/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스물다섯, 스물하나’)

김윤아는 14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자우림 음악에 나오는 화자는 행복을 꿈꾸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은 사람인 것 같다”며 “저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삶을 살아가지 않고 있을까”라고 설명했습니다.

음악적인 측면에선 사운드가 풍성해졌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김윤아 특유의 화려한 보컬도 마음껏 등장하고 악기들의 숫자도 많아 보입니다. “처음 데뷔해서 1~3집까지는 스튜디오 경험도 적고 자신감도 없어서 사운드로 채워넣자고 했어요. 그 다음 4~8집은 여백을 즐기면서 비우는 작업을 쭉 해왔고요. 이번 앨범은 밴드를 전제로 한 촘촘하고 치밀한 사운드를 생각했어요.”(김윤아) 미술에 비유하자면 ‘커다란 캔버스에 그린 그림’(김진만)이라는 설명입니다.

김윤아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힘들어서 죽을 뻔 했다”고 말했습니다.

구태훈은 “에베레스트산에 한 번 올라갔다가 내려온 느낌”이라고 표현했고요. 자우림의 새로운 앨범이 사람들에게 그만큼 인상적으로 들릴지 궁금합니다.

오늘의 신문 - 2024.07.0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