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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삭스의 재미있는 한국 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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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종 국제부 기자) 폴 크루그먼, 로렌스 서머스와 함께 세계 경제학계의 3대 천재로 불리는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를 지난 11일 국회에서 만났습니다. 삭스 교수는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가진 ‘아프리카 새시대 포럼’ 강연에서 한국이 아프리카 개발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재밌는 것은 삭스 교수의 흥미로운 인맥입니다.

하버드대 수석 졸업 및 최연소(29세) 정교수 임용 기록을 보유한 삭스 교수는 현재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별자문관으로서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개발원조 프로그램인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등 한국과의 인연도 깊습니다.

이날 강연에 앞서 사회를 맡은 이재영 의원(새누리당)은 지난해 세계은행(WB) 총재 후보였던 삭스 교수가 김용 전 다트머스대 총장에게 밀린 것에 대한 위로로 강연의 시작을 알렸는데요, 삭스 교수는 이에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물론 내가 됐다면 더 좋았겠지만, 월스트리트 출신이 아닌 경제 개발 전문가가 총재가 돼서 개인적으로 기뻤다”고 털어놨습니다.

삭스 교수의 한국과의 인연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1980년 하버드대 교수가 됐을 당시 ‘한덕수’라는 한국인이 내 첫 학생이었다”며 새내기 교수 시절을 회상했는데요, 그 학생이 바로 나중에 주미대사를 거쳐 국무총리가 된 한덕수 전 총리입니다. 삭스 교수는 “내가 가르친 학생이 커나가는 것을 보면서 자랑스러웠다”고 말해 청중의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강연 말미의 질문시간에 저는 삭스 교수에게 조금은 짖꿎은 질문을 했습니다. 바로 미국중앙은행(Fed)의 차기 의장 자리에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낙마하고 재닛 옐런 Fed 부의장이 지명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것이었죠. 삭스 교수와 서머스 전 장관이 세기의 라이벌로 꼽힐 뿐 아니라 서로 사이가 좋지 않다는 루머가 오랫동안 있어왔기 때문에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실제로 하버드대 정교수였던 삭스가 2002년 컬럼비아대로 이직할 당시 동료교수였던 서머스와의 불화설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삭스 교수는 제 질문에 한참 동안 웃더니 “옐런은 40년 전 내가 하버드대 학부생일 때 내게 거시경제학을 가르쳐 주신 교수님”이라며 옐런과의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이어 옐런은 “정직함과 시민을 섬겨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춘 동시에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와 Fed 부의장을 지내는 등 경험도 풍부하다”며 “이렇게 준비된 Fed 의장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서머스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옐런에 대한 찬사를 쏟아냄으로써 우회적으로 속내를 비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의 신문 - 2024.09.21(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