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요즘 특별세무조사의 풍경은 좀 이상합니다. 살벌한 분위기 속에 조사관들이 회계담당자 사무실을 급습, 서류나 컴퓨터를 압수하는 장면이 펼쳐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1층 로비 앞에서 삼삼오오 담배를 피우는가하면 쭈그려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도 보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해당 기업 총무팀에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답니다. 그런데 특별세무조사를 나왔다는 이분들의 답변이 가관이네요. “네 천천히 일 보시고 다 정리되면 알려주세요.”
국세청 조사관들이 여유를 부리는 사이 이 회사 총무팀과 회계팀은 기밀 문서들을 황급히 정리합니다. 회계팀이 갖고 있던 장부를 인사과 여직원 책상으로 옮기고, 재무담당 부사장 PC에 있던 파일을 옮기는 작업도 합니다. 이렇게 부랴부랴 30여분을 정리(?)한 뒤 문을 열어주죠.
준비 다 됐다는 말을 들은 국세청 조사관들, 그래도 사무실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어디로 가는가 봤더니 건물 지하로 내려갑니다. 그리고 관리실 문을 두드리더니 최근 1시간 동안의 사내 CCTV를 모두 보여달라고 합니다. 서류를 어디로 옮겼는지, 누가 급하게 PC작업을 했는지가 훤히 드러난다고 합니다. 해당 부서와 인물을 파악한 국세청 조사관들은 그제서야 사무실로 올라갑니다. CCTV 장면을 내밀며 감춰둔 중요 서류를 추궁하니 회사측도 별 수가 없습니다. 그대로 내줄 수 밖에요.
“내부 보안을 위해 설치한 CCTV가 거꾸로 우리를 잡았네요.” 총무팀에서 뒤늦게 탄식을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