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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째 발묶인 112억원짜리 유람선 '아라호'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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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서울 여의도 한강 선착장에는 커다란 유람선 한 척이 3년 동안 정상운행도 못 한 채 발이 묶여 있습니다. 바로 ‘아라호’입니다.

688? 규모 310인승 유람선인 아라호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인 2010년 10월 112억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여의도부터 김포항까지의 서해뱃길을 거쳐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인천항까지 오가며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취지로 만들었죠. 오 전 시장이 핵심공약인 ‘한강 르네상스’의 상징과도 같은 유람선입니다.

2011년 10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이후 서해뱃길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아라호는 오갈데 없는 찬 밥 신세가 됐습니다. ‘세금 먹는 하마’라는 비판도 받았죠. 지금까지 21회만 시범운행했을 뿐 단 한 번도 정상운행한 적이 없습니다. 서울시로선 마땅히 쓸 데가 없어지자 결국 매각 작업에 나섰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나선 매각마저 쉽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5월과 6월 3차례에 걸쳐 경쟁입찰을 했지만 모두 유찰됐습니다. 세 번째 입찰 때는 감정가를 최초 예정가격(106억원)보다 10% 낮춘 95억원에 내놨는데도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서울시는 우선 100억원 안팎의 비싼 유람선 가격 때문에 업체들이 주저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기침체에 따른 투자 불확실성 때문이죠.

두 번째 이유는 선(先) 기부채납이 명시된 매각 조건입니다. 서울시는 아라호를 매입한 업체가 선착장을 확보해 먼저 시에 기부채납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업체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선착장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에 따라 서울시는 11일 아라호 매각 관련 내부 정책 회의를 열 계획입니다. 이날 회의에서 매각 금액을 낮추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방안 등에 대한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요한 것은 시민 세금 112억원이 들어간 아라호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매각 조건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하루빨리 아라호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kkm1026@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6.29(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