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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의 이중잣대 '애플은 되고 알라딘은 안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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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란 증권부 기자) 지난 7월 공인인증서 없는 신용카드 결제방식을 놓고 트위터에서 벌어진 ‘썰전’을 기억하시나요? 주인공은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와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었죠.

조용필의 새 앨범을 산 이 대표가 “액티브엑스(ActiveX)와 공인인증서 없이도 결제가 잘 되는 ‘알라딘’에서 샀다. 이번에도 외환카드로. 현대카드는 언제나 지원될까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며 선방을 날렸습니다.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이 최근 액티브엑스 없이 간편결제를 도입했는데 현대카드가 이를 거부하고 나온 것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거죠. 정 사장은 이에 “말씀하신 결제방법은 규제상 허용되는 안전한 방법이 아니다”고 응수했습니다.

안전한 방법이냐 아니냐를 놓고는 이견이 많으니 차치하겠습니다. 그럼 액티브엑스 없는 간편결제는 규제상 허용되지 않는 방법일까요? 그렇지 않다는 게 논란의 시작이죠.

현재 온라인결제 인증은 액티브엑스를 통한 공인인증서 인증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알라딘의 결제대행사이기도 한 페이게이트사는 소액결제(30만원 이하)에 대해 신용카드 승인금액을 이용해 카드 소지자가 본인인지를 확인하는 ‘금액인증’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 인증방법평가위원회 인증심사도 통과했습니다.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라 전자금융 결제시 공인인증서가 필요하지만 30만원 미만의 거래에는 예외를 두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일부 카드사들은 여전히 금액인증 방식을 ‘불편’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감원은 소란이 벌어지자 지난 8월 카드사와 페이게이트사간 회의를 열어 자율적 협의를 유도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이달 또다시 회의를 열어 카드사의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문제는 알라딘에는 이처럼 인색했던 카드사가 애플스토어에는 인심이 후했던 게 알려지면서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공인인증서 없는 결제방식에 대해 한 쪽에는 ‘불가’ 입장을 또 다른 쪽에는 ‘허용’을 들이댄 카드사의 ‘이중잣대’가 도마에 오른 것이죠.

실제 인터넷익스플로어(MS사 웹브라우저)가 아닌 크롬(구글) 사파리(애플)에서는 수백만원짜리 맥컴퓨터를 공인인증서 없이 한국애플스토어에서 살 수 있습니다. 이밖에 코레일 MS스토어 어도비스토어가 공인인증서 없이 30만원 이상 결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는 현행 전자금융감독규정 시행세칙 제4조를 위반하는 내용입니다.

물론 법을 위반한 당사자는 결제대행사인 KG이니시스입니다. 금감원은 이달 중 KG이니시스에 대해 현장 검사를 실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위반 사항을 알고도 결제방식을 채택한 해당 회사나 공인인증서 없이 30만원 이상 결제를 허용한 카드사에도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카드사들은 자발적으로 애플스토어에서도 공인인증서 없이는 결제를 허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카드사들이 알아서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죠. 만약 이 문제 때문에 카드사 오너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나오는 최악의 상황을 미리 막기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팽배합니다.

오늘의 신문 - 2024.04.27(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