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쿠전자가 바로 이런 기업이다. 전기밥솥 업계 1위인 쿠쿠전자는 2001년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성장해온 알짜기업으로 꼽힌다. 자산 4000억원대 중견기업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어나는 이 회사는 IPO업계에 매력적인 손님이었다.
하지만 쿠쿠전자의 IPO에 대해 회사 측은 물론이고 증권업계에서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전망이 많았다. 쿠쿠전자를 수식하는 말을 되짚어 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 ‘숨은 알짜기업’, 주주들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자금조달 능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한우물만 파는 기업’, 새로운 사업보다는 밥솥만 만들겠다는 경영자의 의지가 담긴 수식어다. 결정적으로 창업주인 구자신 쿠쿠전자 회장이 상장을 꺼려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상황은 창업2세인 구본학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바뀌었다. 2006년 사장에 취임한 구 사장은 지난 12월 쿠쿠홈시스와의 합병으로 지분승계까지 마무리지으면서 사실상 쿠쿠전자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구 사장은 기존 사업에서 벗어나 신규사업인 정수기 사업과 중국 등 해외진출에 관심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쿠쿠전자는 지난달 IPO를 추진하기 위해 우리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했다.
40년의 업력을 가진 신송홀딩스도 마찬가지다. 간장·된장 등을 만드는 신송식품의 지주사 신송홀딩스는 지난 1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 회사는 6개월내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창업 2세인 조승현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했고, 신규사업으로 가공식품과 외식업 사업 등에 진출했다는 점이 쿠쿠전자의 상황과 비슷하다.
그동안 IPO를 꺼리던 ‘숨은 알짜기업’이 갑작스럽게 상장을 추진한다면 이면에 창업 2세의 등장이 없는지 눈여겨 볼만하다.
이 기업들이 얼마나 자금조달을 했는지는 중요치 않다. 새로운 경영철학을 내세운 창업 2세들이 아버지를 성과를 뛰어넘는 ‘진짜 드라마’를 찍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