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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 평가전 앞두고 잔디 때문에 비상걸린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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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민 지식사회부 기자) 오는 12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선 한국과 브라질과의 A매치 축구대표팀 평가전이 열립니다. 그런데 평가전을 앞두고 상암 경기장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시설관리공단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바로 ‘잔디’ 때문입니다.

지난달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전에선 FC서울과 이란의 에스테크랄이 맞붙었습니다. 경기는 K리그를 대표하는 FC서울의 2:0 완승. 그런데 이날 경기 결과보다도 더 관심을 끌었던 게 바로 상암경기장의 ‘논두렁 잔디’였습니다.

긴 장마와 여름철 폭염 탓에 녹아내린 잔디 노면은 듬성듬성 패어 있었습니다. 홈팀 벤치 쪽 부분은 거의 잡초밭 수준이었죠. 이런 잔디에서 패싱 축구가 제대로 구사될 리 없습니다. 선수들이 부상에 노출될 위험도 있지요. 1980년대에나 볼 수 있을 법한 이 같은 논두렁 잔디의 모습은 아시아 전역에 생중계됐습니다. 오죽했으면 상대팀뿐 아니라 아시아축구연맹(AFC)도 그라운드 관리에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한국 축구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말이죠.

이 때문에 12일 브라질전을 앞두고 축구팬들의 걱정이 산더미 같습니다. 일부 축구팬들은 박원순 서울시장 트위터에 ‘잔디를 개선해 달라’고 민원(?)을 넣기도 했습니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축구감독도 “브라질은 세계 어디를 가든 이슈가 되는 팀이다. 그런 팀이 이런 잔디에서 경기를 하면 한국축구의 치부를 드러내는 꼴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축구팬들의 비난이 끊이지 않자 서울시설관리공단은 뒤늦게 6600만원을 들여 천연잔디 3000㎡를 경남 남해에서 공수해 왔습니다.

물론 서울시설관리공단도 할 말은 있습니다. 국내 경기장에 식재된 잔디는 ‘켄터키블루그래스’ 종입니다. 유럽이 원산지로 서늘한 기후에 적응돼 자라는 품종이죠. 그래서 집중호우와 폭염이 잦은 국내 기후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여기다 여름철부터 ACL 경기를 비롯해 K리그, FA컵 등 잇따라 경기가 열리면서 잔디 훼손이 심해진 겁니다.

하지만 브라질과의 경기 하루 전날인 11일엔 한 종교단체가 주최하는 기도회가 열립니다. 참석자만 10만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잔디가 훼손될 수 밖에 없습니다. ACL 경기 때 아시아 전역에 조롱거리가 된 것도 모자라 이번엔 전 세계에 ‘논두렁 잔디’를 홍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박 시장도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축구 경기 전에는 행사를 열면 안 되겠다”고 밝혔습니다. 무더운 국내 기후를 탓하기보단 ‘더위 먹은’ 서울시설관리공단의 행정이 더 큰 문제인 듯 싶네요.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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