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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 데이터 특화 요금제는 자사 콘텐츠 '밀어주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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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 데이터 특화요금제는 자사 콘텐츠 ‘밀어주기’ 상품?



[양준영 IT과학부 기자] 이동통신사들이 최근 LTE 데이터 특화 요금제를 잇따라 내놨습니다. SK텔레콤의 동영상 전용요금제 ‘T라이프팩’, LG유플러스의 ‘100% LTE 데이터팩’이 그것입니다. SK텔레콤은 한 달에 9900원, LG유플러스는 1만1000원을 내면 하루 2기가바이트(GB)씩 한 달 최대 62GB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입니다. 매달 주어진 데이터가 모자라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이들 요금제가 희소식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쓸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돼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것도 통신사가 만들어 제공하는 콘텐츠만 가능합니다. SK텔레콤은 T베이스볼, T바스켓볼, T골프 등 자사 스포츠 앱의 콘텐츠를 쓸 때만 이 요금제가 적용됩니다. LG유플러스도 자사가 제공하는 프로야구 전용앱 , U+HDTV, HD뮤직, U+내비LTE, C-게임즈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만 하루 2GB의 데이터를 쓸 수 있습니다.



내용이 같은 콘텐츠라도 포털이나 다른 사이트를 통해 이용하면 데이터 특화 요금제 적용이 안 됩니다. 예컨대 SBS골프 앱으로 골프 중계를 보거나 네이버에서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면 하루 2GB가 아니라 애초에 가입한 LTE 요금제의 데이터를 차감한다는 얘기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데이터 양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콘텐츠가 제한돼 불만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통신사가 자사 콘텐츠를 띄우기 위한 ‘밀어주기’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통신사 관계자는 “무조건 개방할 경우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이용하는지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단 우리가 만든 콘텐츠부터 시작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데이터 특화 요금제 대상 콘텐츠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설명합니다.



통신사들은 가입자들이 데이터 부담 없이 빨라진 LTE 속도를 즐길 수 있도록 데이터 특화 요금제를 내놨다고 말합니다.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이용자의 콘텐츠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콘텐츠 생태계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통신사의 ‘간택’을 받지 못한 콘텐츠는 비싼 데이터 요금이 붙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통신사들은 과거 피처폰 시절에 콘텐츠를 직접 유통하며 막강한 파워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콘텐츠를 사고 팔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로 바뀌었습니다. 통신사들이 과거처럼 자신들의 주도하는 폐쇄적인 콘텐츠 생태계를 구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가입자들이 콘텐츠 제약 없이 데이터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요.(끝)

오늘의 신문 - 2024.05.18(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