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의 뉴스레터

이학영
“실패이력서를 작성해보라” 

“후회하지 않아요.” 평생을 괴롭힌 술·약물 중독과 네 번의 교통사고, 연인들과의 잇단 이별….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4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입니다. “Non, rien de rien/ Non, je ne regrette rien/ C’est payé, balayé, oublié/ Je me fous du passé(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니, 난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아요/ 다 대가를 치렀고, 떠내려 보냈고, 잊어버렸어요/ 과거는 신경 쓰지 않아요).”

많은 사람들이 후회하는 것을 ‘부질없는 일’로 여기고, “지난 일은 절대 후회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미국 의회 도서관에는 <후회하지 않는다(No Regrets)>는 제목의 책이 50권 넘게 있다고 합니다. 한국경제신문 9월24일자 A22면 <“후회할 것 같다고 포기마라, 망설이다 안하면 더 큰 후회 온다”> 기사는 이런 생각이 잘못됐다고 일깨웁니다. “후회는 인간만이 가진 특별한 능력이고, 인간은 후회하는 능력 덕분에 계속 발전해왔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후회가 인간의 두 가지 독특한 능력에서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첫째, 우리에겐 머릿속으로 과거와 미래를 방문할 수 있는 시간여행 능력이 있다. 둘째, 우리에겐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있다.” 이 두 가지 능력이 만날 때 ‘후회라는 놀라운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과거로 돌아가 실제 일어났던 일을 부인하고 다른 선택을 해본 뒤, 다시 현재로 돌아와 과거가 바뀔 경우 지금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후회는 거의 초능력에 가까운 힘입니다. 연구 결과 후회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뇌가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6세 이하 아이들과 질병이나 부상으로 뇌가 마비된 성인들뿐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후회가 없는 사람들은 강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니다.” 실제로 후회는 인간이 ‘사랑’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이 느끼고 자주 언급하는 감정인 것으로 조사됐답니다.

후회를 하는 것 자체는 괴로운 일이지만, 그것 또한 자연의 섭리입니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프로그램된 유기체다. 후회의 고통이 우리의 삶을 개선시키기 때문에 그 능력을 강화한 것이다.” 후회의 목적은 우리를 몹시 기분 나쁘게 만드는 것이고, 그래서 내일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이끄는 것입니다.

핑크는 인간의 후회를 네 가지로 구분합니다. ①건강 등 삶의 기본적 안정에 대한 ‘기반성 후회’ ②흘려보낸 기회에 대한 ‘대담성 후회’ ③비도덕적인 행동에 대한 ‘도덕성 후회’ ④인간관계에 대한 ‘관계성 후회’가 그것입니다. 각각의 후회에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힌트가 숨겨져 있답니다. “예컨대 대담성 후회를 분석한 결과, 인간은 저지른 일보다 하지 않은 일에 대해 더 길게, 깊이 후회한다.” 즉, 도전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다면 그 일을 저지르는 편이 하지 않는 편보다 낫다는 것입니다.

후회라는 감정이 불쾌하다고 무시하거나 부정하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위험한 일입니다. “사소한 후회가 시간이 지나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이른바 ‘후회의 복리 효과’다.” 핑크는 후회를 직시하고 ‘실패 이력서’를 작성해보라고 조언합니다. “후회는 더 나은 나를 만든다.”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 드림
이학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