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의 뉴스레터

이학영
적(敵)을 없애는 가장 멋진 방법 

“1863년 1월 1일부터 미합중국에서 노예로 예속돼 있는 모든 이들은 영원히 자유의 몸이 될 것이다. 미국 행정부는 그들의 자유를 인정하고 지킬 것이며, 그들이 진정한 자유를 얻고자 노력하는 데 어떤 제한도 가하지 않을 것이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16대 대통령이 노예해방선언을 공표한 날, 훗날 20대 대통령이 된 제임스 가필드가 빈정댔습니다. ”일리노이의 이류 변호사가 신(神)의 도구로 쓰이다니, 세계 역사상 가장 뜻밖의 사건이다.“

한국경제신문 10월1일자 A31면 <분열·불통의 시대…‘포용의 리더십’ 링컨을 소환하다> 기사는 연이은 불운을 딛고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지도자가 된 링컨의 리더십을 소개했습니다. 가필드의 말마따나 링컨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실패자’의 전형이었습니다. 극심한 가난으로 대학 문턱에도 못 갔고, 독학으로 변호사가 된 그에게 제대로 된 일감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잘생기지 못한 외모도 엘리트집단의 경멸대상이 됐습니다. 정치에 입문하기 직전 가까스로 맡은 특허권 소송에서 같은 쪽 변호인이었던 에드윈 스탠턴은 “왜 저 긴팔원숭이를 끌어들였느냐”며 공개 타박을 했습니다. 그랬던 스탠턴에게 링컨은 대통령이 된 뒤 놀라운 선물을 안겼습니다. 공화당 당내 인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입니다. “링컨은 스탠턴이 정직하고 엄격하며 원칙을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스탠턴은 링컨의 기대대로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링컨 리더십의 가장 큰 강점은 ‘흔들리지 않고 신념을 지키되 항상 통합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입니다. 링컨이 실천한 겸손과 포용의 정신을 잘 설명해주는 그의 어록이 있습니다.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을 마음속에서 없애야 합니다. 원수는 죽여서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으로 녹여서 없애는 것입니다.”

링컨은 평생 자신을 옭아맨 실패와 좌절도 매번 마음속에서 지워내고, 새로 일어설 용기를 냈습니다. 청소년시절 학교에 다니는 대신 뱃사공, 가게점원, 장사꾼, 측량기사를 전전하며 바닥인생을 살았고 정치에 뛰어든 뒤에도 연거푸 낙선의 쓴 잔을 마셨습니다. “그는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실패자가 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언제나 툭툭 털고 다시 일어났기 때문이다.”

링컨은 치열했던 삶을 녹여낸 숱한 어록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나는 계속 배우면서 갖춰 간다. 언젠가는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 “나이가 40을 넘은 사람은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은 것처럼 주인도 되고 싶지 않다.”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가 있음으로 해서 이 세상이 더 좋아졌다는 것을 보는 일이다.”

자유민주주의와 국민통합의 원리를 담아낸 어록은 아직도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람을 얼마동안 속일 수는 있다. 또 몇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 정치인들 간의 소모적인 말싸움을 경계한 가르침도 남겼습니다. “가장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결심한 사람일수록 언쟁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이쪽에 반쯤의 타당성밖에 갖고 있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크게 양보하고, 자신이 만만한 일일지라도 조금은 양보하라.”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
이학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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