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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20만닉스 간다며?"…5718억원 사들인 개미들 '초비상'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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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1분기 영업익 2조8860억원
반도체 시장 불확실성 부각·외국인 자금 이탈하며 주가 부진
"HBM 경쟁력 확고하기에 주가 우상향 할 것"


SK하이닉스의 주가가 2주째 17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20만닉스'를 기대하며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의 성장성은 여전하다고 평가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지위가 굳건하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SK하이닉스는 0.23% 내린 17만3200원에 마감했다.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지난달 19일부터 주가는 17만원 선에서 게걸음을 거듭하고 있다. 137조원을 웃돌았던 시가총액도 126조9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서 투자자들은 '18층(18만원대 주가)는 돌아오지 않는거냐. 씁쓸하다', '실적말고 어떤 호재가 필요한 건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3월에 15만원대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지난달 12일 장중 19만140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마이크론 등 반도체주가 강세를 보이며 SK하이닉스의 주가에도 불이 붙었다.

주가가 20만원에 가까워지자 개인 투자자들은 SK하이닉스를 앞다퉈 담았다. 지난달 12일부터 최근 거래일까지 개인은 SK하이닉스를 5718억원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순매수 2위다. 반면 주식 시장의 '큰 손' 외국인 투자자는 7803억원을 순매도하며 SK하이닉스를 덜어냈다. 외국인 순매도 2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시장 회복세가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부각되며 주가는 부진하다. 앞서 TSMC는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전통적인 서버 칩 수요는 미지근하다고 했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레거시(범용) 반도체 시장 전망이 조정받으며 SK하이닉스 주가가 쉬어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HBM 관련 내용을 공격적으로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이 SK하이닉스에서 삼성전자로 옮겨간 상황"이라며 "엔비디아에서도 고객사를 다양화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4세대 HBM인 HBME3 12단 제품을 2분기 내 양산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올해 초와 비교하면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에 비해 주가가 많이 올라 가격이 부담이 없는 삼성전자에 외국인 투자자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초 대비 삼성전자는 1.15% 하락했지만, SK하이닉스는 22.4% 올랐다. 또 최근 1개월(4월 4일~5월 3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8276억원 순매수하고, SK하이닉스를 4705억원을 순매도했다.

금리 인하 전망이 힘을 잃은 점도 부담이다. 금리가 높을수록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위축되고, 상대적 안전자산인 채권의 인기가 높아진다. 최근 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연 5.25~5.5%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Fed는 정책결정문에서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향한 추가적인 진전이 부족했다"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Fed가 피벗(·통화정책 전환) 신호를 줘 한국은행도 하반기에는 미국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제로 통화정책을 수립했다"며 "그런데 미국의 경제지표가 좋게 나오며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의 선두주자인 만큼 주가는 우상향할 것으로 봤다. 경쟁 강도가 세진 것과 별개로 당분간 SK하이닉스의 패권이 유지될 것이란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내년까지 HBM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돼 2분기 실적 발표가 다가올수록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삼성전자에 비해 강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2조88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전 분기에 비하면 734% 급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선 올해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이 19조1135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3개월 전 추저치(10조7829억원)에 비해 2배 가량 높아졌다. 평균목표주가도 16만7913원에서 22만2800원 32.7% 상향 조정됐다.

지난 2일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AI 메모리 기술력 및 시장 현황, 청주·용인·미국 등 미래 주요 생산거점 관련 투자 계획을 밝혔다. 곽노정 사장은 "기술적 우위와 AI용 반도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올해 HBM 생산 물량이 솔드아웃(완판)됐다"며 "내년 생산분 역시 거의 다 솔드아웃됐다"고 강조했다. 또 HBM 시장은 연평균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봤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오늘의 신문 - 2024.05.2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