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기업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의혹을 두고 정보기술(IT)업계와 회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칙상 기업에 재량권이 있는 회계 기준 해석 차이가 고강도 징계와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초유의 사례가 나올 수 있어서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 법인에 대해선 과징금 77억원을 부과했다. 개인에 대해서도 무거운 제재를 통보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에 대해선 과징금 7억7000만원과 해임 권고를 했고, 이창민 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대해선 같은 규모 과징금과 직무정지 6개월을 권고했다. 법인과 각 개인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도 붙였다. 추후 형사처벌까지 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최종 제재 수위는 금융위 감리위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금융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사업은 수수료가 두 갈래로 있는 구조다. 하나는 택시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주는 가맹계약 수수료다. 통상 운임의 20%다. 다른 하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에 업무제휴를 근거로 준다. 가맹택시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광고를 노출하는 대가로 운임의 약 17%를 지급한다.
금감원과 기업·회계법인간 시각차 쟁점은 이 계약 구조를 어떻게 볼 것인지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가 실질적으로는 하나의 계약을 맺었다고 본다. 이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수수료 수입 20%에서 데이터·광고 비용 17%를 뺀 약 3%만 매출로 봤어야 했다는 '순액법' 입장이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와 회계법인은 수수료 계약을 두 개로 봤다. 가맹계약과 업무제휴계약이 별도라는 얘기다. 금감원이 의혹을 제기하기 전까지 '총액법'을 적용해 수수료 수입 20%만큼을 전부 매출로 잡은 이유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반대로 본다. 수집한 주행 데이터를 의미있게 활용하려면 별도 계약을 통해 대가를 주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가맹계약에 따르면 택시가 넘겨준 데이터를 가맹사업 운영과 정산에만 써야 한다. 주차·대리 등 택시 외 서비스를 개선하거나 자율주행 연구개발(R&D)에 활용할 경우 자칫 데이터를 무단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택시와 관련성이 적은 사업에도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계약을 따로 만들어야 했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이를 근거로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시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외형을 불리려 했다고 보고 있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수록 스톡옵션을 보유한 임원들의 이득도 커지니 고의성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는 IPO를 의식해 매출을 억지로 부풀릴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어느 방식을 쓰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혀 바뀌지 않아서다.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금감원 방식을 채택했을 때 더 늘어난다.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영업이익률과 당기순이익 등을 모두 따지는 와중에 단순히 매출 항목 하나 때문에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회계 조작 리스크를 감수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항변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회계분야 전문가는 "외국이라면 플랫폼 업계의 프랙티스(관행)중 하나로 충분히 인정됐을 회계기준 해석을 사실상의 위법 행위로 낙인찍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기업에 회계처리 기준 재량권을 부여하는 국제회계기준(IFRS) 기준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당국의 결정에 따라 플랫폼 기업들의 회계처리 방식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 구조는 수수료를 받고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크게 다르다. 게임, 전자상거래, 배달 등 같은 분야 안에서조차 기업들이 서로 회계 기준을 참고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회계학계의 한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들의 사업 구조는 저마다 천차만별이라 그간엔 기업이 총액주의와 순액주의 기준을 명확히 잡고, 각자의 재무제표 작성기준을 공시에 알리는 방식을 써왔다"며 "하지만 감독기관과의 시각차를 근거로 고강도 제재가 나올 경우 기업과 감사인의 리스크가 무한정 올라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