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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보면 소주 생각 나요"…71년 흑자 풍국주정의 '한숨' [윤현주의 主食이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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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원료 만드는 풍국주정
호실적에도 올 주가는 10% 하락
최근 5일간 하루 거래량 3만주 안 돼

“초고순도 에탄올 본격 상업 생산
반도체·배터리·바이오 등 영역 확대”
올 매출 2000억·영업익 150억 도전

일각 “주주친화책 강화는 숙제”




71년간 흑자 행진에도 주가는 올 들어 9.31% 하락했다. 최근 5일간 하루 평균 거래량은 2만9197주에 그칠 정도로 개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상장사가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1400억원) 600위 풍국주정 이야기다.

풍국주정은 1954년 2월 27일 설립된 회사로 한국 주류산업의 역사와 함께한다. 음료용 주정(알코올 성분 액체)과 세계 최고 수준인 99.99% 이상의 첨단 친환경 에탄올 생산 설비를 갖췄다. 가스사업 분야에서 단일 공장으로는 국내 최초 흡착설비(PSA)로 포집된 탄산가스와 드라이아이스 제조 플랜트를 갖춘 선도화학(지분 10%), 차세대 에너지 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초고순도 수소 제조 플랜트와 국내 유일의 초고순도 반도체용 아세틸렌 플랜트를 보유한 에스디지(지분 56.4%), 산업용 가스뿐만 아니라 헬륨과 특수가스 등을 생산하는 선도산업(지분 50%)을 계열사 및 자회사로 두고 있다. 풍국주정은 기초소재 산업 명문장수 기업으로 불리는데 100년 기업을 향해 뛰고 있다.


71년간 흑자 행진 … “초고순도 에탄올 본격 상업 생산”

풍국주정은 71년간 적자를 기록한 적 없는 ‘실적 우량주’다. 2021년 매출 1277억원, 영업이익 72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1685억원, 영업이익 117억원을 기록했다. 2년 만에 각각 31.95%, 62.50% 뛰었다. 지난해 매출 비중을 살펴보면 주정 및 에탄올 사업부 35%, 수소 및 아세틸렌 사업부 35%, 산업용 가스 사업부 30% 순이다.



20일 풍국주정 관계자는 “최근 소주 소비 감소 흐름에 따른 매출 감소 우려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세척 및 웨이퍼 건조, 전기차 배터리 소재, 바이오 제약 원료 등으로 사용될 초고순도 에탄올 생산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며 올해 경영 전략을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 초고순도 에탄올 본격 상업 생산으로 그 비중을 늘리고, 자회사 에스디지의 울산석유화학 단지 내 초고순도 수소 및 반도체용 초고순도 아세틸렌 사업의 안정적 확장으로 실적 증가를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올해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100년 기업으로 우뚝 서기 위해 내·외부 혁신 중이다. 그는 “자회사 에스디지는 지난달 에쓰오일(S-OIL) 울산 석유화학단지 내 샤힌프로젝트(9조2000억원 규모) 관련 대규모 계약을 체결해 사업 포트폴리오 성공 확장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에스디지는 에쓰오일과 올레핀 모노머 공급을 위한 15년 배관수송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으로 에쓰오일은 2026년 완공 예정인 샤힌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연간 60만t 이상의 석유화학(올레핀 모노머) 제품을 울산 석유화학 업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게 된다. 또 “주정 사업을 기반으로 에스디지의 수소·아세틸렌 사업, 선도산업의 산업용 가스산업·초고순도 에탄올 판매 등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부채비율 9% … 현금성+부동산 자산, 시총의 절반

총 주식 수는 1260만주로 최대주주는 이한용 풍국주정 회장 외 특수관계인 11인이 지분 68%를 갖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은 0.88%로 유통 물량은 약 30%다. 개인투자자 수는 약 1만9000명 정도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9.79%에 그칠 정도로 재무 상태가 우량하다. 현금성 자산 107억원, 부동산 자산 665억원이다. 시가총액(1400억원)의 절반이 넘는다. 보통주 1주당 결산 배당금은 100원으로 배당 수익률은 0.82%다.



주가 부양책에 대해 묻자 “신사업 확장과 자회사 및 계열사의 성장을 통한 이익구조 상승을 앞세워 실적으로 주주들에게 보답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초고순도 아세틸렌은 국내외 반도체 대기업에 공급되고 있고, 에틸렌 또한 배터리 관련 소재로 공급되고 있어 수년 내 시가총액 1조 클럽에 가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주의 원료인 주정을 판매하면서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확보했고, 산업용 가스·수소사업 등 신사업 분야에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고순도 수소와 친환경 고순도 아세틸렌을 생산하고 있어, 향후 수소 시장이 커질 경우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고 판단했다. 다만 “업력에 비해 주주친화책은 약한 게 흠이다”고 조언했다. IR 활동 부족으로 증권사 보고서도 1년간 0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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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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