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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회사가 왜?…내과 의사 영입하는 까닭 [오형주의 산업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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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무역, 29일 주총서
서울대 의대 박경우 교수
사외이사로 선임 예정

순환기내과 전공이지만
와튼스쿨 MBA 이력
서울대병원 경영에도 참여

“융복합 전문가로 능력·경험 갖춰”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등을 전개하는 글로벌 의류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영원무역이 순환기내과 전공 의과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2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영원무역은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어 사내이사 2인 및 사외이사 3인을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의결할 예정이다.

이번에 선임하는 사내이사 2인은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77)과 성래은 부회장(46)이다. 성 회장은 영원무역 창업자로 1984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성 회장의 차녀인 성 부회장은 2016년 영원무역 대표이사에 올랐고, 2022년부터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15대 한국패션산업협회장으로 선임됐다.

사외이사로는 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를 재선임하고,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와 박경우 서울대 의대 교수를 신규 선임한다.

패션업계에서는 기업 경영이나 의류 제조와 다소 거리가 먼 의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박 교수는 1973년생으로 서울대 의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12월에는 같은 학교 김효수·강지훈 교수와 함께 “관상동맥질환으로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은 환자에게 ‘클로피도그렐 단일 항혈소판제 요법’을 쓰면 효과적으로 재발을 막고 출혈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의대 교수로 ‘엘리트 코스’를 걸어온 박 교수의 이력에 한 가지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세계적인 경영대학원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재무 및 의료경영학으로 MBA를 받은 것이다.

박 교수는 2012년부터 2014년 6월까지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부소장과 소장을 지낸 뒤 미국으로 건너가 3년간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의학박사 중 와튼스쿨에서 MBA를 받은 사례로는 박 교수에 앞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있다.

미국에서 MBA를 받고 귀국한 박 교수는 이후 서울대병원 기획조정실 부실장과 국제사업본부장, 의료혁신실장 등 병원 경영과 관련한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는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원장을 맡아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의료에 접목하는데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원무역은 신임 사외이사 후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박 교수의 이같은 이력에 주목하고 높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영원무역 관계자는 “박 교수는 내과 전공 의대 교수지만 와튼 스쿨에서 MBA를 취득했고, 경영·기획 측면에서도 탁월한 능력과 경험을 지녔다”며 “융복합 전문가로써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적 의견을 제시하는 등 이사회 운영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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