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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영화

끼와 재치, 아이디어로 제시한 '통일안보 비전'

(최승욱 선임기자) “계룡대에서 서울로 출발하면서 행사 주제가 ‘통일안보’인 만큼 자칫 재미없거나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통일에 무관심하다고 알려진 청년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끼, 재치를 통해 통일의 필요성과 안보의 중요성을 흥미로우면서도 가슴 찡하게 전해 놀랐습니다.”(유영식 해군 정훈공보실장·준장)

국방부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2015 세계 장병·청년 통일안보 비전 발표대회’를 개최했습니다. 롯데시네마의 후원으로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10층 슈퍼플렉스 G관에서 열렸습니디. 웅변이나 강연 등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해왔던 군당국의 관행과는 달리 프레젠테이션(PT),주제토론(Talk Show), 연극, 뮤지컬, 댄스, 무용, 개그, 연주 등 자유롭고 다양한 공연을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과 튼튼한 안보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위해 기획했다고 합니다.

국방부가 이런 형태로 젊은이들을 통일 준비에 주도적으로 나서도록 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만합니다. 한국경제신문과 ‘국군 29초 영화제’를 주최했던 국방부가 신세대의 요구와 기호에 맞춰 소통하면서 국방력 강화를 도모하려는 세련된 접근이 아닐수 없습니다.

이번 행사는 예선부터 참여열기가 뜨거웠습니다. 국군 장병과 사관학교 생도, 대학생은 물론 새터민이나 해외 청년 등 300여팀이 참가했습니다. 대상 상금이 1000만원. 장려상도 200만원으로 상당한 액수인데다 참가에 따른 특전도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국방부로부터 ‘통일·안보 리더’ 인증서를 받고 국내외 통일안보행사에 참여하며 차기 연례대회에 초청받는 것이 매력적이었다고 여겨집니다.

열한 경쟁을 뚫고 이날 본선 무대에 오른 장병(7명), 사관생도(5명), 국내 대학생(5명), 해외 대학생(4명), 특별참가팀(고교생·3명)등 24개팀 99명이 팀별로 10분동안 준비된 메시지를 관객에게 열정적으로 전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이날 행사는 국민의례에 이어 백승주 국방부차관의 환영사와 통일안보 특강으로 시작된뒤 PT 6개팀, 토크쇼 6개팀, 뮤지컬 3개팀, 연극 및 꽁트 4개팀, 하이브리드쇼 3개팀, 연주 2개팀 등이 다양한 형식으로 장장 6시간동안 경연을 펼쳤습니다. 발표가 끝난뒤 힙합가수 래퍼 스윙스와 비트박서 라티노 보이비, 팝페라가수 테너 임형주의 공연까지 이어지는동안 1000여명의 관람객들은 박수를 치며 열광했습니다. 국방부는 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의 의미를 담아 국민 700명을 이번 행사에 초청했다고 합니다.

영예의 대상은 하이브리드 공연을 통해 ‘대한민국 청년 사관생도가 바라본 통일한반도의 꿈’을 공연한 육군 3사관학교의 전정현·원영선 생도 등 5명에게 돌아갔습니다. 남과 북을 상징하는 2명이 상반신에 파란색과 빨간색 스프레이를 칠한채 비보이와 팝핀을 추다가 통일이 되자 상반신이 둘다 녹색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다른 1명은 그래피티를 통해 조국을 지킬 장교가 되어가는 모습을 그렸고요. 남북간 격차와 갈등, 화합을 무언극 형태로 담았습니다.

기네스북으로부터 세계 최대 규모로 인증받았다는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갈등 상황에선 철조장이 꼬이는 영상, 분단 국면에선 피가 번지는 영상, 화합 시점에선 빨간색의 북한과 파란색의 남한이 녹색으로 바뀌는 영상이 지원돼 박칼린 음악감독, 테너 임형주, 김영수 서강대 교수, 박인섭 KBS 해설위원 등 심사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습니다. 전정현 생도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대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며 “교수님의 지도아래 2개월간 저녁과 새벽시간을 틈내 연습했다”고 말했습니다.

최우수상(상금 500만원)은 ‘군인이 가져야할 안보관’을 연극으로 보여준 해병대 연평부대 해병 5명이 차지했습니다. 장현석 상병은 “초현실적인 선을 가정하고 이 선을 넘으면 시간을 거슬러 6·25 전쟁에 참가하는 것으로 꾸몄다”며 “인간으로서의 생존본능과 군인으로서의 사명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선을 넘어 위기에 빠진 민간인을 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상식을 주관한뒤 격려만찬에 참석한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여러분들이 통일안보라는 무거운 주제를 신선하고 친근하게 다룬 것을 보고나니 우리나라의 미래가 정말 밝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밝혔습니다. 한 장관은 이어 “참가 준비 과정에서 많은 것을 공부하고 고민하면서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남북이 하나가 되어야한다는 평화통일의 당위성도 깨달았을 것”이라며 “번영된 미래를 이룩하는데 여러분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본선에 참가한 장병과 청년들은 29일부터 31일까지 국가보훈처, 경기도, 경기관광공사, 파주시 등의 후원 속에 판문점과 제3땅굴, 도라산역 등을 탐방하게 됩니다. 통일안보 특강도 받고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하면서 우정을 쌓는다고 합니다.

국방부는 ‘SHOW! ONE KOREA’란 구호로 진행한 발표대회의 주요 작품을 동영상 DVD로 제작, 국방TV를 통해 장병들에게 보여주고 군부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주관하는 나라사랑안보교육 자료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끝)

사진. 국방부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