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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초 영화

"이제는 모두가 감독인 시대…함축적 이미지 표현 놀라웠다"

오늘날의 영화는 모든 의미가 대등하게 뒤섞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하이브리드의 장소가 됐다. 관객은 더 이상 단순한 영화 텍스트의 소비자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생산자로 변모했다.

과거에 영화를 바라만 보던 관객들이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제작을 통해 창작자 역할을 하고 작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롤랑 바르트식의 개념을 빌리자면 이는 ‘작가의 죽음’ 혹은 새로운 ‘독자의 탄생’을 뜻한다. 이것이 바로 29초영화제가 출범하게 된 이유이고 목적이다.

올해 처음 개최된 29초영화제에 무려 2200편이 출품됐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성과다. 작품의 질적인 수준도 높고 고른 편이어서 29초영화제의 미래는 매우 밝다. 29초라는 짧은 영화에는 간결하면서도 많은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함축성이 들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출품작들이 스토리텔링 형식보다는 임팩트 있는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다루어 이러한 특성에 잘 따라 주었다. 특히 ‘무단투기’는 옥상에서 휴대폰을 받고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언짢은 소식에 휴대폰을 옥상 아래 길가에 집어 던지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충돌하는 차들이 서로 부딪치는 충격음이 화면 밖 소리로 들리고 곧이어 도망가는 주인공은 극적 긴장감을 잘 이끌어낸다. 영화미학적으로도 ‘외화면 영역’을 잘 활용한 수작인데다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 또한 능숙해 장편영화 몇 편을 본 듯하다.

‘귀거래사’는 어린이들이 땅따먹기 놀이를 하던 중 땅을 많이 따놓은 아이의 엄마가 “이제 가야지”라고 이야기한다. 그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털며 아쉬워하는 모습이 슬로모션으로 비쳐진다. 공수래공수거라는 주제가 함축적으로 잘 표현된 수작이다.

주제별로 보면 ‘Life &’에서는 인생의 긴 여정과 가치를 29초 동안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아 심사에서 우열을 가르기가 매우 힘들었다. 또 ‘Family is’에서는 해체된 가정에서 가족 구성원의 진정성에 대한 의미를 되새긴 작품들이 많았다.

세 번째 주제인 ‘절망과 희망 사이’에서는 희망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여줬다. 앞으로의 영화는 한 작품 혹은 한 감독이 더 이상 관객과 대립되거나 분리되는 관계로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지명혁 < 29초영화제 집행위원장 겸 심사위원장 국민대 공연예술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