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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試 여인천하 … 남녀채용비율 ‘할당해서 男 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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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채용제’ 수혜자는 남성
6년간 男 458명 ‘채용 구제’ … 女의 3배
연말되면 女공무원 수가 남성 추월

경찰대 여학생 비율 12%로 동결
女합격자 늘리라는 인권위 권고 거부
공직 곳곳서 ‘男공무원 품귀’ 호소

고위직은 여전히 ‘유리천장’
1~2급 중 여성비율 3.7% 불과
“지금 필요한 건 여성간부할당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공직사회의 여성 비율은 20% 초반에 불과했다. 7·9급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은 30%에 못 미쳤다. 5급 공채시험(행정고시)은 10% 초반에 그쳤다.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을 최소 20% 이상 뽑아야 한다는 ‘여성채용목표제’(현 양성평등채용목표제)가 1996년 도입된 배경이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전혀 다른 상황이 됐다. 여성의 공직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 제도의 혜택을 오히려 남성이 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성에 압도당하는 남성 7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지방공무원 시험에서 양성평등채용목표제 혜택을 받아 추가 합격한 사람은 616명이다. 남성이 458명(74.4%)으로 여성 158명(25.6%)의 세 배가량 된다. 여성채용목표제는 2003년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바뀌었다. 헌법재판소는 1999년 공무원 시험 군(軍)가산점 제도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 제도는 이듬해 폐지됐다. 그러자 여성 합격률이 치솟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남성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항의가 터져나왔다. 2003년부터 한쪽 성(性)의 합격률이 30% 미만일 때 해당 성의 응시자를 추가로 합격시키는 양성평등채용목표제로 바꿨다. 제도 전환 이후에도 한동안 양성평등채용목표제의 혜택은 주로 여성이 봤다. 하지만 2010년부터 남성이 혜택을 입는 비율이 늘어났다. 2014년과 지난해 2년간 추가 합격자의 80% 이상을 남성이 차지했다. 공무원 시험에서 남성 성적을 압도하는 ‘여풍(女風) 현상’ 때문이라는 게 행자부의 설명이다. 지난달 발표된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옛 외무고시)에서는 최종합격자 41명 가운데 여성이 29명으로 70.7%를 차지했다. 12명의 남성 합격자 중 3명은 양성평등채용목표제 덕분에 추가 합격하는 행운을 누렸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행정부 소속 국가공무원 중 여성은 31만5290명으로, 전체의 49.4%에 달했다. 올해 말에는 여성 공무원 숫자가 사상 처음으로 남성을 추월할 전망이다. ○공직사회 ‘남성 품귀 현상’ 공직사회의 거센 ‘여풍’은 ‘남성 공무원 품귀’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 7·9급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 비율은 60%를 훌쩍 넘는다. 이렇다 보니 각 부처에서는 “‘미혼’ ‘군필’ ‘남성’의 세 가지 조건을 갖춘 신입 공무원을 찾는 데 혈안이 돼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여성 공무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찰청으로 75.2%다. 이어 여성가족부(66.7%) 보건복지부(56.9%) 식품의약품안전처(54.9%) 순이다. 경찰청은 경찰대 신입생 모집에서 아예 여성 선발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경찰청은 내년 경찰대 신입생 모집공고에서 여성 선발비율을 12%로 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여성 선발비율을 늘리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청은 “직무 특성과 신체능력 차이로 여경을 배치할 수 있는 부서가 한정돼 있다”며 “급격한 채용비율 변화는 조직 운영뿐 아니라 치안 역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여성의 공직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보수적인 공직사회 문화 탓에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중앙부처 고위공무원단(1~2급) 중 여성 비율은 3.7%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간부급 여성 공무원 비율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여성간부할당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성단체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강경민/심은지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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