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마운자로 등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비만 치료제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들 비만 치료제는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을 유도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식료품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코카콜라, 펩시코, 몬델리즈 등 음식료업체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비슷한 맥락의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모건스탠리가 비만치료제를 투약하는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참가자들은 설탕과 지방 함량이 높은 과자·음료·제과류 소비를 3분의 1가량 줄였다. 설문조사에 응한 비만 환자의 3분의 2는 약물 투약 전엔 하루에 세 번 이상 간식을 먹었지만 약물을 투약한 이후엔 하루 두 번 이하로 간식 섭취 횟수가 줄었다. 모건스탠리는 이에 대해 “제과·스낵 기업 등은 비만 약물 사용 증가로 인해 가장 큰 실적 악화 위험에 처했다”며 “2035년까지 소비가 최대 3%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달 주사값을 기준으로 위고비는 1350달러에 달한다. 비싼 가격에도 주 1회 투약으로 최대 15%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도 20%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위고비로 살을 뺐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위고비가 인기를 끌면서 모건스탠리는 2030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 예상치를 540억달러에서 770억달러로 43% 늘렸다.
이 덕분에 노보노디스크의 지난 2분기 순이익은 194억28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약 45% 증가했다. 올해 초 주당 67.67달러였던 노보노디스크는 이날 89.99달러에 장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가 소매업체의 의약품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월마트 코스트코 등 미국 주요 소매업체는 식품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약도 함께 판매한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체중 감량 약을 복용하는 고객은 음식을 덜 구입하더라도 (약 구매로) 전체적으로는 더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