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단기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도 장기금리가 연 1.0%까지 오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결정을 블룸버그통신은 이렇게 해석했다. “금융완화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설명과는 결이 다른 해석이다. 시장은 블룸버그의 해석대로 움직였다.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단숨에 연 0.5%를 넘어 연 0.55%까지 상승했다.
물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그렇다고 경기 부양책을 중단할 수도 없다는 게 일본은행의 고민이다. 일본 경제 성장세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아서다. 일본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4%(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깜짝 증가했지만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는 0.1% 감소했다.
엔저(低)를 잡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금리차 확대로 최근 달러당 엔화 가치는 140엔대까지 떨어졌다. 엔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겨 전체적인 물가 상승을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내외 금리 격차를 줄여 엔저에 제동을 걸기 위해 일본은행이 이번 조치를 결정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단기금리조작의 태생 자체가 대규모 금융완화의 한계에서 비롯했다. 전임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취임한 직후인 2013년 4월 일본은행은 대규모 금융완화를 시작했다. 구로다 당시 총재는 “2년 내에 물가목표 2%를 달성해 일본을 만성 디플레이션에서 끌어내겠다”고 자신했지만 실패했다. 머쓱해진 일본은행이 2016년 1월 꺼내든 정책이 단기 기준금리를 연 -0.1%로 낮추는 마이너스금리 정책이다.
그런데도 물가는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장기금리까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지는 부작용만 생겼다. 8개월 뒤인 2016년 9월 마이너스금리의 부작용을 잡겠다며 내놓은 것이 장단기금리조작이다. 단기금리는 연 -0.1%, 장기금리는 0%로 두 지점을 받쳐서 수익률 곡선이 힘없이 처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정책이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불어닥친 지난해부터는 상황이 역전됐다. 장기금리가 상한선인 연 0.5%를 넘자 일본은행은 금리를 낮추기 위해 지난 한 해 동안 국채 100조엔어치를 매입했다. 그 결과 일본은행은 현재 전체 국채의 50.3%를 갖고 있다. 일본은행이 기축통화 보유국 지위를 이용해 엔화를 찍어내는 데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회의에서 장기 기준금리 변동폭을 유지하면서 장기금리를 사실상 인상한 배경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